2
부산메디클럽

[강동묵의 디톡스] 기후문제에도 정의로와야 할까?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   입력 : 2024-09-12 19:18:3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9월 7일은 어떤 날이었을까?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날은 사회복지의 날, 곤충의 날, 푸른 하늘의 날이라고 한다. 이 중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 정부가 제안해서 UN에서 채택된 최초의 UN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라고 하니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2019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최초로 제안하고, 같은 해 12월 UN 총회에서 채택된 이 기념일은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가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정식 명칭은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이다. 올해 환경부와 외교부 주최로 기념식을 개최했으며, 환경부 소속기관과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와 대비되는 기후정의행진의 ‘세상을 바꾸자’라는 전국적 집회가 언론의 주목을 더 받았다. 이 집회는 2022년 9월에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수 많은 ‘기후시민’이 ‘기후부정의(氣候不正義)’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정의행동’을 중심으로 매년 9월 7일에 3년째 실시하고 있고, 푸른하늘의 날 제정 이전인 2019년에도 행진이 있었다. 올해 서울에서는 강남에서 30도가 넘는 땡볕에도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고, 전국에서 동시다발 행진이 있었다.

예전 집회는 서울시청 앞 등 도심에서 열렸던 데 비해 이번에는 강남 테헤란로를 거쳐 삼성역까지 행진하면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의미로 도로 위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진 코스에 구글코리아, 쿠팡 로켓연구소, 포스코센터 등이 포함되었는데,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빅테크 기업, 기후재난 속에서 노동자가 잇따라 죽어가고 있는 쿠팡,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포스코 등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기후문제에 관한 행진에 노동문제를 포함한 것은 ‘정의’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올해는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모여 둘 셋씩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의 환경운동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촉발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시위’가 전세계로 확산한 바 있어 우리에게도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올해 어린이·청소년이 기후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한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원고가 됐고, 그 이후 2022년 62명의 ‘아기기후소송단’ 등 4건의 소송이 묶여서 진행됐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지난 8월 29일 정부의 기후 대응이 헌법에 일부 어긋난다는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한국 정부가 2030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실효적으로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따라서 탄소중립기본법의 조항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기후대응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법적 기준으로 탄소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헌재에서는 2030년까지의 목표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으니, 대체적으로 일반인 입장에서 합의가 가능한 수준의 정부의 문제는 2030년 이후 2050년까지의 구체적 목표가 없다는 점과 함께, 제시한 목표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들어 강릉과 삼척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건설·가동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 관련 내용도 기본계획에서 사라져버렸다.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할당된 예산인 연 18조 원도 외국 기관에서 추산한 78조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석탄발전소 폐쇄나 내연기관 자동차 축소로 인해 해당 산업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노동자는 기후위기로 인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이나 산업을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하며 또한 가능하기도 할 것이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커져가고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정부가 새롭게 설립해야 할 기후대응 대책은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미래 세대인 어린이·청소년과 산업전환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될 지역과 노동자를 배려하여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5. 5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8. 8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9. 9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