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제신문 창간77주년을 기념하는 좀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단순히 언론이 자축연을 하는 음악회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음악회 자체만으로도 몇 가지 화젯거리가 있어서 그날 공연을 보지 못한 애호가들을 위해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
| 국제신문 창간 음악회에서 선보인 대취타 연주 장면. |
무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음악회 내용이 생소한데도 이날 연주는 많은 청중이 함께 자리했다. 아마도 지휘자 오충근과 부산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에 대한 신뢰감이 먼저 한 것 같고, 또 평소 보지 못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을까 짐작이 된다.
이날의 모토는 ‘부산의 소리’였다. 무엇보다 온전히 부산의 자원만으로, 그리고 부산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그런 의지가 보이는 모토였다. 사실 이날의 출연진, 지휘자, 독주자, 국립국악원, 관현악단 모두 부산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이다. 특히 국제신문교향악단(KSO)은 이례적으로 언론사에서 부산의 문화 르네상스를 표방하며 창단한 일종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서 클래식 전용 홀 부산 콘서트홀의 개관과 다가올 오페라하우스의 출범과 함께 부산 음악의 새로운 시대에 한 축을 맡겠다는 야심에 찬 의도도 엿보인다.
예술감독 오충근은 이번 음악회에서 그런 의도에 맞는 신선한 시도를 많이 선보였다. 1부는 ‘뉴 하이브리드’란 제목으로 한국과 서양의 만남을 통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첫 곡 창작위촉곡 한재연의 ‘대취타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특히 새롭고 파격적이었다. 대취타는 우리의 전통음악으로 왕의 행차 때에 연주되는 느리고 장중한 곡이다. 이날 국립국악원 12명의 악사가 나각 나발 등 평소 보기 힘든 악기와 음색을 선보이며 또 다른 볼거리를 주었고 또한 서양의 관현악과 크게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음향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두 번째 곡은 독일 작곡가 슈타우다허의 ‘하루 같은 인생’으로 현악과 피리의 협주곡이었다. 외국인이 어떻게 피리를 다룰까하는 호기심이 컸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한국과 서구의 하이브리드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영화음악 작곡가답게 보편적인 감각으로 감미롭고 세련되게 곡을 끌어 나갔다. 그리고 최성환 편곡의 ‘아리랑 환상곡‘은 우리의 민요 아리랑이 왜 세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는지 설명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1부의 세 작품이 다 한국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그 성격이나 느낌이 다 달라서 비교가 되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2부 ‘뉴웨이브’는 부산을 이끌어 갈 새로운 세대, 물결이란 뜻으로 현재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을 필두로 다음 세대들에 대한 세대교체와 그 기대를 뜻하는 것이다. 김재원은 최상의 기교를 보여주는 ‘카르멘 환상곡’ ‘치고이너바이젠’ 두 곡으로 청중을 즐겁게 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서 특히 부산의 무대에 자주 서는 그녀를 보면 부산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느낀다. 마지막 피날레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은 이날의 대미를 장식했고 앙코르곡 단손과 티코 티코는 라틴의 흥겨움과 리듬의 향연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한바탕 마당놀이 같은 시간이었다.
이날의 음악회는 한마디로 신선하고 즐거웠고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음악회였다. 이번 음악회는 특히 부산 음악계의 역량, 관객의 호응도,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실 새로 개장될 부산콘서트홀이나 오페라 하우스 모두 중요한 것은 그것을 채우고 유지해 나갈 콘텐츠와 인력이다. 이번 음악회에서 보여준 부산의 힘은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