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음악과 문학이 만난 새로운 장르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4-09-29 19:17:0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는 최근 흥미로운 공연을 했다. 대학로에서 4일간 열린 성우와 아나운서로 구성된 전문낭독집단인 ‘북텔러리스트’ 10주년 기념공연 ‘낭독 만찬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을 표방하며 낭독을 통해 책 속에 담긴 상상의 세계를 살아 있는 말로 표현하는 새로운 공연 장르를 만든 것이다. 배역을 맡은 성우들이 무대에서 책 속의 인물을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데 각자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듣는 관객의 몰입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피리를 부는 필자 역시 또 한 명의 이야기꾼이 되어 북텔러리스트와 낭독 호흡을 같이하며 이야기에 적절한 피리 연주를 하고 때로는 피리로 극적인 효과음을 연출하며 낭독하는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이 새로운 콜라보 작업은 마치 목소리가 악기처럼 음악 합주를 하듯 각자가 상대방의 호흡을 타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앙상블 같았다.
판소리 공연 모습. 부산국립국악원 제공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가 있었다. 전기수는 소설을 구연해주는 전문 직업인으로 마을이나 저잣거리, 양반집을 돌아다니며 글을 실감나게 읽어주며 등장인물 역할에 따라 억양과 몸짓, 표정 등을 달리하며 청중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전기수가 읽어주는 책은 주로 필사된 한글 소설이 많았고, 당시 인기였던 춘향전은 필사된 이본만 무려 120여 종에 이를 정도로 직간접적 수요가 상당했음을 엿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문맹자가 많아 전기수의 인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 1960년대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선시대에 문학 장르인 글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있었다면 전통음악에는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꾼이 있었다. 소리꾼이 부르는 사설은 문학의 범주고 소리꾼이 부르는 노래는 형식과 곡조를 갖춘 음악의 영역이다. 이렇게 문학과 음악이 만나 음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로운 판소리라는 장르가 생겨난 것이다. 판소리와 더불어 또 다른 문학과 음악이 만난 장르가 있다. 바로 선비가 향유하던 시조를 노래로 들려주는 가객의 노래가 바로 그것인데, 음악의 형식에 따라 정형시를 부르는 시조(時調), 가사체로 된 산문시를 부르는 가사(歌詞), 관현 반주에 맞추어 시조를 부르는 가곡(歌曲)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예술적으로 발전한 가곡은 실학자가 주도한 풍류방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정악이라는 장르를 생겨나게 했다.

서양에서도 문학과 음악이 만난 예는 찾아볼 수 있다. 슈베르트는 생전 600곡이 넘는 리트를 작곡하여 시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끌어올린 예술가곡의 창시자로도 불린다. 슈베르트의 ‘마왕’은 괴테의 시에 음악이 더해져 한 명의 성악가가 네 명의 등장인물을 노래하는데 말발굽 소리를 연상시키는 피아노의 반주와 함께 시에 담긴 긴박한 상황을 음악으로 실감나게 전달한 곡이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24곡의 연가곡으로 개인의 내면을 묘사한 시의 문학적 서사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역사 속 음악과 문학의 만남은 음악의 새로운 사조를 형성할 만큼 강하고도 긴 생명력으로 지금의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7. 7[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8. 8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광대극'’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7. 7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0. 10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4. 4"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5. 5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6. 6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7. 7"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0. 10SK지주 최태원 지분율 3% 하락…최 회장 재산분할 자금 충당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7. 7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4. 4[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5. 5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9. 9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10. 10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