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통계청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나왔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보다 연간 소득이 709만 원 정도 많으나 행복감은 더 낮다는 내용이었다. 돈을 좀 더 벌 수 있으나 ‘서울살이’가 만만찮은 게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은 통근 시간이 길고 장시간 근로 경험이 잦아 힘들어했다.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보다 행복감을 더 느꼈다. 청년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일자리가 크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려 혈안이 돼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이 취업을 보장하지 않지만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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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항재개발 1단계 지역 전경. 국제신문DB |
좋은 일자리가 없다 보니 부산을 떠나는 청년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나마 남은 인구는 고령화되며 도시 활력을 잃어간다. 통계청의 ‘2024 고령자(65세 이상 인구) 통계’를 보면 2035년엔 부산 고령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 부산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불과 11년 뒤 부산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내년에는 부산 고령인구 비중이 24.5%에 달해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 데도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부산 경제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프로젝트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북항재개발이다. 가덕도신공항은 2029년 개항, 2030년 완공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북항재개발도 겉보기엔 단계별로 잘 진행되고 있다. 북항재개발은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북항 재래부두 재개발 검토 지시’에 따라 시작됐다. 항만재개발 사업은 총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사업 부지 조성과 주요 기반시설 공사가 2022년 12월 마무리됐다.
1단계 주요 공사가 끝났지만 시민이 체감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단계 사업 매각 대상 부지는 모두 31만㎡인데 이 중 랜드마크 부지(11만3000㎡)를 포함해 18만㎡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팔린 땅에는 생활숙박시설과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라 난개발 논란이 일었다. 애초 랜드마크 부지 주변은 친수공원, 오페라하우스, 북항마리나 등 대규모 해양문화관광 벨트가 금방 구축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부산항만공사(BPA)가 랜드마크 부지를 개발할 민간투자자를 두 차례 찾았으나 허사였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북항마리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7층 규모의 북항마리나에는 공사비 700억 원이 투입됐다. 대형 다이빙풀을 갖춘 아쿠아시설은 젊은이들 사이엔 유명한 ‘핫플’ 이다. 아쉽게도 주말에만 북적거릴 뿐이다. BPA가 북항마리나 상업시설을 운영할 민간사업자를 구했으나 번번이 실패해서다. 700억 원짜리 수영장이란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11월 개장 1년을 맞는 친수공원(19만4600㎡)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 시민이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즐길 공원을 만들라고 했는 데 과연 그 뜻에 맞는지 의문이다. 부산역 뒤편 공중보행로로 이어지는 ‘친수공원’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지난 6월 부산항 축제가 열렸을 때 12만8000여 명이 모인 이후 매달 5만~7만 명이 이곳을 방문할 뿐이다. 한낮엔 뜨거운 햇빛을 피할 공간이 부족하고 시민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산책만 한다면 굳이 친수공원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런 식이라면 2단계까지 북항재개발이 마무리된다 해도 과연 원도심을 넘어 부산 전체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까 우려스럽다.
결국 국내 첫 대규모 항만사업이라는 명분으로 BPA에 항만재개발 공사를 비롯해 개발·운영권 등을 전적으로 맡겨둔 탓이 크다. 부산시나 관할 지자체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였다. 땅을 닦고 건물만 짓는다고 항만재개발을 성공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항마리나와 친수공원 사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1단계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자 랜드마크 부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북항을 활성화할 유·무형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최근 북항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미 경쟁도시인 인천에는 복합리조트가 영업 중이고 가까운 일본 오사카에도 오픈카지노를 갖춘 초대형 복합리조트가 2029년 완공된다. 물론 도시 품격이 떨어진다며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은 북항에 아시아 최초 바다가 보이는 야구장을 건립하자는 제안을 했다. 복합리조트가 됐든 야구장이 됐든 북항재개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부산 미래가 달린 북항이 ‘알맹이 빠진 쭉정이’ 꼴이 돼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BPA는 전문가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부산시도 북항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