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헤즈볼라·하마스 지도자 암살 등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하며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면서 양국의 대치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진다. 이스라엘은 3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등을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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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이 3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공습했다. |
이번 중동 충돌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성이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는 2일 그동안 이란을 상대로 공격자의 흔적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전쟁’을 이어온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더 강력하고 공개적인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3번째 집권한 뒤 배임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처한 상태다. 이런 위기를 중동 확전으로 국면전환하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 실제로 헤즈볼라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인 후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대선을 앞둔 미국이 해외 분쟁 개입에 소극적인 데다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약화한 틈을 이용해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잇따른 도발에 이란이 맞대응하면 5차 중동전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생산 시설과 군 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유시설 공격은 서방의 장기 제재로 악화한 이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미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세계 석유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이자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주요 산유국 중 하나다. 이스라엘이 석유 생산시설과 수출시설을 공격할 경우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생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1일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장중 5% 이상 급등했다.
중동 사태가 악화하면 우리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유가가 출렁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잇따르게 된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중동에서 70% 수입한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은 기업의 생산 원가에 부담을 주고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걱정이다. 우리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던 물가는 9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내려오면서 금리인하 여력이 커졌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 금융당국이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줄어든다. 정부는 중동발 악재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세워야 한다. 원유 수급 안전망을 구축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여 실물 경제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또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으로 집중되면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대북 경계 태세를 점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