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6년 시행을 앞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권역 구분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 등 3분할로 구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한국전력거래소 ‘지역별 가격제 기본설계(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전력거래소 주관으로 지난 4, 7월 관련 기관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계대로라면 지역별 전력생산량이나 자급률과는 상관없이 제주를 제외한 비수도권 전체가 단일 요금으로 묶이게 된다. 전력자급률이 174%인 부산과 3%밖에 안되는 대전이 같아진다는 말이다. 이럴 거면 차등요금제를 왜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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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상구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전력생산량이 많은 지역의 전기요금을 싸게 하는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설계한 초안이 부산 시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국제신문 DB |
분산에너지법 제45조는 ‘전기판매사업자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해 송전 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차등요금제 시행 취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전기 생산량과 소비량이 천차만별이다. 서울과 경기는 수요가 많은데 생산시설은 적다. 반면 부산 경남 경북 전남 충남 등에는 석탄·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가 즐비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이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역내에서 소비하는 전기량의 몇배를 생산한다. 남는 전기는 사람과 기업이 몰려있는 서울과 경기권으로 간다. 전기자급률이 낮은 곳과 높은 곳이 같은 돈을 내는 게 부당하는 문제의식이 차등요금제의 시작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전기요금이 싸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생산단가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적자가 쌓여간다는 이유로 틈만 나면 요금 인상 혹은 현실화를 주장한다. 문제는 이 요금 속에 부산 경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다른 동네로 보내기 위해 건설하는 막대한 금액의 송배전선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부산과 경남이 전기생산 배후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수도권 전기 공급용 설비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정부가 차등요금제의 권역을 3분할로 만든 건 수도권의 반발을 일정 부분 무마하고, 차등이라 할지도 부과 체계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발상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기왕에 도입하는 획기적인 제도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설계해선 안 된다.
전기 생산에 따르는 각종 위험, 송배전료가 포함된 원가 산정방식 등을 감안하면 지역은 이중착취를 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요금 차등 부과는 이 불합리를 파격적으로 해소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전기요금이 싸지면 전력 소비가 많은 4차 산업 관련 기업의 지역 유치가 쉬워지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이 모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번 정부안은 이런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요금 권역을 전력자급률에 따라 더욱 세분화하고 권역별 요금 격차도 확실하게 벌려야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살아난다. 그렇지 않은 차등요금제는 시행하나 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