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협상 개시 약 5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제12차 SMA는 2026~2030년 5년간 적용된다.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은 2025년(1조4028억 원) 대비 8.3% 오른 1조5192억 원으로 정해졌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 명목으로 쓰인다. 분담금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에 따라 매년 300억~320억 원이 올라 2030년 1조6444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지난 4월 협상에 착수했다. 현 SMA 협정 만료를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한 것이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트럼프 2기’가 출범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엄청난 금액의 청구서를 내밀기 전에 미리 정리한 셈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만약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짜 승리한다면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SMA에 대해 의회 비준을 받지 않고 대통령이 협상 결과를 승인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재협상 요구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트럼프 1기’ 시절이었던 2019년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한국에 기존의 6배 수준인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결국 줄다리기 끝에 8.2%가 올랐으나 적용 기간이 1년에 불과해 불안정성만 남겼다. 곧이어 제11차 때는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인 2021년 적용 기간 6년 및 13.9% 증액에 합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부자 나라’로 칭한 뒤 분담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안보 무임승차론’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에게도 적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상대로도 방위비에 더 많은 돈을 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SMA를 뒤집는 것은 정치·외교적 부담이 상당해 쉽지 않다. 그래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이니까.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