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사과의 의미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   입력 : 2024-10-20 19:25:0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은 누구라도 실수나 잘못을 한다. 살면서 사과를 하거나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과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사과를 받았는데 오히려 화가 났던 경험도 있다. 진정성이 없는 사과를 받았을 때다. 갈등을 일으켰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형식적인 사과를 하거나 겉으로는 사과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다른 목적을 얻으려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경우라면 특히 더 그렇다.

2007년 영국 노팅엄대학의 아벨러 박사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불만글을 올린 고객 632명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다른 대응 방법으로 불만 철회를 요구하는 실험을 하였다. A그룹과 B그룹은 각각 2.5유로, 5유로를 보상금으로 제시하였고, C그룹은 보상금 없이 정중한 사과의 메일을 보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정중한 사과를 받은 C그룹의 45%가 불만을 철회한 반면, 금전 보상을 제시받은 A그룹 B그룹은 평균 21%(각각 19%, 23%)에 불과했다.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는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난 10월 1일 보건복지부장관은 7개월 이상 지속되는 비정상적인 의료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과의 첫 대상은 당연히 국민, 특히 환자와 가족이었다. 그리고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접고, 미래의 진로에 고민하고 있는 전공의들에게도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일부 언론은 이 사과에 대해 의료계도 환영했다며 정부가 사과했으니 이제는 의료계도 마음을 열고 대화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황색보도를 했다. 과연 보건복지부장관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었을까?

지난 10일에는 처음으로 정부와 서울의대의 의료개혁 정책토론이 열렸다. 정부를 대표하여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참석했다.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지만 그는 ‘2000명 증원은 과학적, 합리적이었다. 의대생들은 휴학할 권리가 없다. 교육부의 ‘의대 5년제 발표는 애초 있지도 않은 일’이라는 거짓해명과 궤변을 늘어놓다가 몇 분만에 파행되었다. 수업일수가 모자라도 의대생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키라는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이나 의학교육의 질을 감시하는 의평원을 억누르려는 시행령 등 막무가내식 의대 증원이 불러올 부실교육을 감추기 위한 졸속행정은 점점 그 도를 넘고 있다. 남은 학기에 충분한 교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서울대의대에서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하자 이번에는 교육부에서 각대학에 휴학을 불허하라는 공문과 함께 서울대 감사에 들어갔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고 싶다는 의대생들의 당연한 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흡사 주술적인 2000명 증원에 끼워맞추기식의 졸속과 협박성 시행령을 마구 쏟아낸다.

최근 응급실 상황이 더 안좋아졌다. 여러 사례나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가 체감하며 불안감은 나날이 커진다. 오직 정부만이 이런 심각함을 느끼지 못한다. 뭐가 문제인지 현실인식과 공감능력이 없으며 해결능력도 없다. 지방의료와 중증필수의료를 살리겠다던 의료개혁은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민이 죽어나간다는 국회의 질책에 ‘가짜뉴스’이고, 의료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버린 전공의에게 있다고 목청을 높였던 총리가 그러하다. 의전준비가 되어있는 한산한 응급실을 둘러보고 응급실 체계에 문제가 없으며 국민의 불안에 대해서는 응급실 현장에 직접 가보라는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875원짜리 대파’ 가격에 만족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아무도 못해냈던 의료개혁을 묵묵히 수행하겠다는 헛된 공명심에 사로잡힌 대통령이 또한 그러하다. 다소의 불편함은 있지만 의료가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 그 누구도 사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룻밤만이라도 현재 벌어지는 응급체계의 민낯과 국민의 불안을 제대로 경험해보길 바란다.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하고 그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의료개혁에는 결코 정당성이 없다. 장관의 사과에 더 화가 나는 이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9. 9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2. 2[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3. 3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4. 4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5. 5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8. 8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9. 9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10. 10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9. 9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