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광역화 키워드는 ‘분권’…정부 의지 보일 때

성현철 전 언론인·국제학 박사

  • 성현철 전 언론인·국제학 박사
  •  |   입력 : 2024-10-27 19:37:3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프랑스에 ‘레지옹’이라는 행정구역이 있다. 우리의 도(道) 단위에 해당하는 ‘데파르트망’을 여러 개 합친 초광역 자치단체다. 인구 500만 명에 달한다. 지자체들 간 연합 혹은 통합 기구가 아닌 일반 행정기구다. 중앙집권국가인 영국은 ‘CA(Combined Authority, 광역연합)’라고 하는 초광역 기구를 구축했다.

프랑스와 영국 초광역 기구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레지옹은 1964년 자치단체들 간 협의회로 출발, 지방자치단체(1982년)에 이어 헌법적 지위(2003년 헌법에 명시)를 얻기까지 정부가 통합을 주도했다. 영국 역시 정부가 재정과 권한을 매개로 자치단체들 간 ‘합종연횡’을 견인했다.

두 번째 공통점이 ‘분권’이다. 프랑스는 1982년 법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을 전면 실시했다. 정부의 지방정부 통제권이 사라졌다. 레지옹은 법 개정과 함께 초광역 지자체가 됐다. 영국도 2016년 정부가 분권법을 제정해 CA가 초광역기구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초광역권 구상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되 반드시 분권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두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광역화와 분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광역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역량을 가진 지역이 ‘소국가’처럼 세계와 직접 교류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의 모토가 곧 ‘광역화’와 ‘분권’인 셈이다.

지난주 대구 경북(TK)이 정부 중재로 행정통합에 합의했다. 정부는 합의안을 조율한 것은 물론 추후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약속했다. ‘대구경북특별시’라는 이름으로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설정한다는 문구도 들어있다. 2026년 7월 출범이 목표라고 합의서에 명기했다.

이번 합의가 놀라운 것은 정부가 권한이양 등을 약속하면서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지난 2022년 지방자치법 제199조를 개정, 광역지자체 간 연합 혹은 통합이 가능토록했다. 하지만 분권이 진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극성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2022년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이 추진했던 ‘부울경광역연합’이 무산됐을 당시 정부는 나서지 않았다. 부산시민에게는 3개 시·도의회가 규약안을 통과시키는 등 출범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정부가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사실도 함께….

이번 대구 경북 사례를 보면서 필자는 기대감과 의구심을 동시에 느꼈다. 정부가 적극 나선 점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정부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과거 정부가 분권 문제에 적극성을 보인 적이 있는가. 오죽하면 ‘지방식민지’ 혹은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나왔을까. 그래서 이번 통합 움직임도 정치적 제스처는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다행히 부산 경남도 행정통합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부울경 광역연합 무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는 점에서 반갑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내달 중 창원에서 만나 행정통합 기본구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부산시는 특히 ‘연방제에 준하는 과감한 권한 및 재정권 이양’을 강조하고 있다.

한 걸음 늦더라도 제대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듯한 느낌이다. 울산은 추후 점진적으로 동참하면 될 터.

대구 경북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부산 경남은 물론 충청권 호남권 등에서 초광역기구 통합 작업도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정부의 스탠스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초광역권에 행정 재정 등 중앙 권한의 대폭 이양이 핵심이란 얘기다.

우리는 수천년 간 중앙집권 국가로 존재해 왔다. 수도권 중심적 사고가 굳어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사의 흐름은 지역을 키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광역화의 키워드는 분권이다. 이젠 중앙정부가 진심으로 지역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