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에 북한군이 집결하고 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에 북한군이 도착하기 시작해 현재 수천명에 달한다. 11군단(폭풍군단) 소속 최정예 특수부대로 전체 파병 추정 규모는 1만2000여 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이 총책임자로 임명돼 임무 수행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전투 투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쿠르스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지역으로 북한군은 탈환 작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표단을 보내 정보를 공유하고 현지 모니터링 방안 협의에 들어갔다. 30일엔 유엔 안보리 회의가, 31일엔 한미 외교·국방장관의 2+2 회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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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군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최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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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베트남전이나 중동전에 참전한 적은 있으나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지금까지는 재래식 무기와 포탄 공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에 앞서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어 어느 한쪽이 침범 당하면 군사 원조를 제공할 근거를 만들었다. 2년 8개월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 개입으로 이제 유럽을 넘어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장은 한반도에서 70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국민이 느끼는 긴장감은 어느 유사시 못지 않다. 최근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그렇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오물풍선을 날리는가 하면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도로와 철도까지 폭파해 끊어 버렸다.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천명 이후 헌법을 개정해 통일을 아예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탄도미사일이나 정찰위성 발사 같은 도발은 일상이 됐다. 꽁꽁 숨겨두었던 핵처리 시설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내며 과시하고 위협한다. 북한이 파병 대가로 핵 미사일 잠수함 위성 같은 핵심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넘겨받는 상황이 전개되면, 우크라이나 파병은 북러 친선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한반도 안보 위협으로 작동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파병 사실이 알려진 이후 “살상 무기 제공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물자는 지원했지만 공격 혹은 살상용 무기는 보내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에 일정 범위 이상의 파병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의식해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정부가 감내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보다 선명히 해야 한다. 러시아의 핵 고도화 기술 전수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선을 넘을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