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10월은 축제의 현장이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서 축제가 열렸고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개최됐다. 10월 24일부터 11월 11일까지 19일 동안에는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부산유엔위크(UN Weeks In Busan)다.
부산유엔위크는 세계평화 수호와 안전을 목표로 국제연합, 유엔이 창설된 1945년 10월 24일을 기념하는 유엔의 날부터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인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가 진행되는 11월 11일까지를 말한다. 올해 5회째를 맞이한 부산유엔위크 행사는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이 주관하며 부산지방보훈청, 부산 남구청, 재한유엔기념공원 등 유관기관이 협력하는 대대적인 행사다. 아울러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 행사로 부산을 ‘세계평화 중심도시’로 브랜딩하고 한국전쟁 당시 목숨을 바쳐 헌신한 참전용사와 지원국에 대한 감사와 추모의 뜻을 기리기 위한 행사다.
필자는 2015년부터 ‘피란수도 부산’ 투어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금까지 부산의 학교·단체는 물론 타지에서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피란수도 부산’을 꾸준하게 알려왔다. 특히 부산 ‘남구 편’은 피란수도 부산 유산으로 잠정목록에 등재된 9개 유산 중 남구에 위치한 재한유엔기념공원과 우암동소막마을을 중심으로 피란수도에서 평화수도라는 주제로 세계평화수도 부산 이야기를 전해왔다.
재한유엔기념공원에 들어서기 전 참가자들에게 필자가 먼저 묻는 것이 있다.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빼빼로데이’라 하고 학생들은 농업인의 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정작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또는 턴 투워드 부산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11월 11일 11시가 되면 1분간 부산 시내에 사이렌이 울리고 턴 투워드 부산을 아는 사람들은 재한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돌아서서 1분간 묵념을 올리지만 여전히 많은 부산 시민은 사이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엔군 장묘시설이다. 그곳에 안장된 전사자들을 추념하고 고귀한 희생에 감사하는 시간이 바로 턴 투워드 부산이다. 턴 투워드 부산은 영연방국과 미국에서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918년 11월 11일을 전사자들과 제대 군인을 위한 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에 착안한 빈센트 커트니(캐나다 참전 용사) 씨가 2007년 제안한 것으로 2008년부터 시작됐다.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는 매년 유엔참전국들이 참가하고 있고 2020년에는 대한민국의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유엔군은 의료지원국을 포함한 22개국 연인원 196만여 명에 달하며, 4만6609명이 전사했다. 특히 미국은 연인원 179만여 명을 파병했고 카투사 병력을 포함 4만3808명이 전사했다. 재한유엔기념공원 추모관에서 상영되는 영상에 ‘자신의 젊음을 바쳐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켰다’는 표현이 나온다. 참전용사 대부분은 20대 나이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들어보지도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공산주의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하는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전을 결심했다고 하니 마음이 더욱 숙연해진다. 재한유엔기념공원에는 최연소 전사자인 호주 병사 제임스 패트릭 도은트의 묘소와 도은트를 추모하는 도은트 수로가 있다. 도은트 상병은 16세의 나이였지만 형의 신분을 빌려 21세로 나이를 속이고 입대, 17세에 참전해 1951년 11월 6일 참전 13일 만에 경기도 연천에서 전사했다. 2015년 10월 당시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오빠의 묘소를 찾은 도은트의 여동생 에일린 필리스 라이언은 눈물을 흘렸고 그 장면을 본 필자 역시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친구, 혹은 남편이자 아빠였을 그들은 이국의 전쟁터에서 쓰러졌다. 총탄이 빗발치는 어지럽고 싸늘한 전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품이 아닌 전우의 팔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게 된 남은 이들은 죽기 전까지 그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 없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2024년 부산유엔위크는 진행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11월 11일 11시도 멀지 않았다. 단 1분의 시간이다. 지금까지 몰랐던 그 1분의 시간이 10분이 되고 한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매일이 돼 우리의 기억 속에 매 순간 감사함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평화 역시 매 순간 자연스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