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Busan is good”, Really?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   입력 : 2024-10-31 19:38:5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세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주거지 선택의 조건으로 지리 생리 인심 산수 등 4가지를 거론한다. 지리는 한국의 특권층이 금과옥조로 받들어 모시는 풍수를 의미하고 생리(生利)는 경제적 여건을 뜻한다. 인심의 뜻은 지금과 비슷하다. 이중환은 “마을 인심이 착한 곳이 좋다. 착한 곳을 가려서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하랴”란 공자의 말을 인용한다. 산수는 자연풍광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풍수를 제외하면 ‘생리’이다. ‘광(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먹고 사는 문제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최우선 과제였다.

부산은 어떤가. 살만한 곳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부산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57만 명을 넘어 지역별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9년 46만 3000명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증가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부산 전체 임금근로자의 42.3%에 이른다. 전국 특별·광역시·도 가운데 압도적인 꼴찌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전국 평균이 38.2%인 가운데 세종시가 27.7%로 가장 낮고 서울 38.3%, 인천 38.9%, 울산 35.8%, 대구 37.8%였다.

일선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임시직인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율이 부산 21.3%로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중·고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담임 비율이 무려 40%를 넘는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당연히 부산 근로자 평균 임금은 다른 도시에 비해 낮다. 국세청 연말정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평균 임금은 연 3793만 원으로 서울 4916만 원의 77% 수준이다. 특별·광역시만 놓고 보면 꼴찌에서 3위이다.

1945년 광복 당시 부산 인구는 28만 명이었다. 한때 388만 명에 달했던 것은 제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 덕분이었다. 모두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모여들면서 메가시티 부산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부산 인구는 330만 명선도 무너졌다. 지난 5년 사이에 11만 6000여 명이 부산을 떠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9세 사이 부산의 청년 인구는 지난해 4만여 명, 올 상반기에는 2만여 명이 줄었다. 떠나지 못하고 남은 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부산의 출산율은 서울 다음으로 낮다. 최근 통계는 더 암울하다. 지난 8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 등 다른 지역은 1년 전에 비해 아주 조금이라도 출생아 수가 늘었는데 부산만 유독 3.5%가 줄었다.

30여 년 전 부산시 산하 연구기관의 ‘산업고도화’ 관련 보고서에서 내놓은 부산의 장점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부산에 아이 울음소리는 줄고, 청년은 떠나면서 말 그대로 ‘노인’과 ‘바다’만 남은 도시가 되었다. 사람이 떠나면서 빈집도 늘어난다. 부산 주택의 8.6%인 11만 4000여 채가 빈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인구 대비 빈집 비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빈집 숫자 자체가 많다. 도시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한 것도, 전국의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초이다. 이런 부산에 다시 기회가 있을까?

1980년대까지 고용인원 기준 전국 100대 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부산에 있었다. 지금 부산에 100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1000대 기업까지 넓혀도 고작 28곳이다. 2008년의 55곳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고, 생성형 인공지능을 설계한 30대와 40대 컴퓨터 공학자가 노벨 화학상을 받는 세상이다. 비트는 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를 뜻하는 데 32비트와 64비트는 10진법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고작 2배 차이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18,600,000,000,000,000,000(1경 8000조)’배 차이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ICT 기업의 창업도, 기존 기업의 혁신도 보기 어렵다.

부산은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 것일까? 도시의 브랜드는, 도시의 지향점을 알리는 좌표이다. 부산의 브랜드는 ‘busan is good(부산이라 좋다)’ 이다. ‘부산이니까 좋다’ 혹은 ‘지금 부산은 잘 굴러가는 좋은 상태이다’라고도 읽힌다. ‘좋다’고 말하려면 ‘누가’ ‘어떻게 좋은 상태’인가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IMF 경제위기 당시에도 ‘돈값’을 제대로 느끼면서 건배사를 ‘이대로 영원히’로 하셨던 분이나, 코로나19 때 한적한 섬에서 ‘피신’을 하며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회장님의 상태는 ‘좋은’ 것이 맞다. 하지만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한 도시가 평범한 우리에게도 정말 ‘좋은’ 것일까?

ps : ‘좋음’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여럿 있다. nice, cool, awesome, wonderful, fantastic, outstanding 등. 모두 ‘good’보다 더 나은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다. 영어 친화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시가 그래서 점잖게 ‘good’이라고만 한 것일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4. 4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5. 5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6. 6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7. 7[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8. 8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9. 9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4. 4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5. 5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7. 7‘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8. 8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9. 9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2. 2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3. 3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4. 4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5. 5[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6. 6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7. 7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8. 8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9. 9[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0. 10“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