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10%대를 찍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조사에서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 부정 평가는 72%에 달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증거라며 공개한 녹취록 파문이 충분히 반영되고 추가 폭로까지 이어지면 한자리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해 대통령 임기 단축과 하야 촉구 여론전을 펴는 민주당이나 탄핵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태세인 조국혁신당의 주장이 마냥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일부 세력의 의견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 이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불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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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명태균 녹취록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용산발 리스크는 디올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휘말린 김건희 여사 탓이 컸다. 그러나 정치브로커인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이 터지면서 국면은 완전히 달라졌다. 명태균 사건도 처음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 등에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록 때문에 사태는 김 여사 개인이 아니라 윤 대통령 부부, 나아가 이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 문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달 중대 선고를 앞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묻힐 정도다.
대통령실과 여당 친윤계 인사들은 “법적 문제 없다”며 방어막을 치기 바쁘다. 전화통화일이 대통령 임기 시작 하루 전이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 아닌 당선인 신분이어서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상황 인식에 국민적 실망감만 키울 뿐이다. “김영선 해주라 했다”는 국가 최고 통치자의 육성이 나왔고 김영선 전 의원이 실제 공천받았다면 명백한 공천 개입이다. 디올백 수수에서 국민의 분노 포인트는 현행법 위반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의 부적절한 행동 그 자체인 것과 같은 이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받고 탄핵된 게 아니다. 탄핵은 국민이 잠시 맡긴 권력을 대통령이 정당하게 행사했느냐 여부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건희 리스크’에다 ‘대통령 리스크’까지 더해져 국정은 사실상 올스톱이다. 이대로 라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4대 개혁에 동력이 붙을 리 없고 국회 예산 심의도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빠르면 4일 중으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검찰은 어제 김 전 의원을 소환했고 명 씨도 곧 부를 예정이다. 수사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인정할 건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