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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부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

하순봉 작곡가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4-11-10 19:15:5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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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은 서양의 수 많은 악기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악기이다. 어릴 적 음악 시간의 풍금은 추억의 악기지만, 콘서트홀에 수 많은 파이프와 함께 설치되어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참 낯설다.

부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
교회나 팝 악단 등에서 흔히 보는 오르간은 20세기에 와서 미국에서 발명된 해먼드 오르간으로 실용성이나 경제성 때문에 우리에게는 친숙하다. 그 외 아코디언, 반도네온 등 비슷한 계열의 악기가 많이 있지만 그 최상위는 역시 파이프 오르간이다. 이것은 악기라기보다는 사실 거대한 구조물에 가깝다. 작게는 5㎝에서 크게는 10m에 이르는 수천 개의 파이프와 그런 관들을 연결해 수만 가지의 음색을 만들어내는 스톱, 바람을 불어 넣어 주는 송풍장치, 4~5단으로 된 손건반, 그리고 발로 소리내는 페달까지 워낙 거대한 악기이기 때문에 건물과 함께 설계되고 악기가 설치된다.

기원전부터 있어 온 이 오랜 역사의 악기는 거대한 궁륭 형의 기둥과 높은 천장으로 된 유럽의 교회를 압도적인 음량으로 꽉 채우며 교회음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바로크 시대에는 오르간을 위한 교회음악이 집중해 발달했다. 르네상스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정선율로 해 교회음악이 만들어졌지만, 바로크에는 회중 찬송가인 코랄을 정선율로 하는 곡이 많이 만들어진다. 코랄 프렐류드, 코랄 변주곡, 코랄 판타지아 등이 그런 음악으로 바야흐로 바로크는 오르간 음악의 전성시대였다. 바로크의 칸토르라는 직책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를 가리키는 말이자 최고의 음악가를 뜻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많은 작곡가가 바로 이 칸토르 출신이다. 오르간 음악은 이런 교회음악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바로크 이후로도 그 명맥을 이어 간다. 생상스는 오르간 교향곡같은 명곡을 남겼고 막스 레거가 특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오르가니스트였던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마치 파이프 오르간같은 음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르간의 이런 장엄하고 거대한 음향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어서 오랜 시간 독주로 들으면 청각이 아주 피곤해진다. 또 다른 악기와의 앙상블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다. 거대한 설치비용과 이동의 편의성, 음량과 음색, 제한된 레퍼토리 등 이런 문제들로 해서 오르간은 연주와 감상이 쉽지 않은, 약간은 배타적인 악기이다.

그 파이프 오르간이 이제 내년 2월 시민공원에 있는 부산콘서트홀에 선보일 예정이다.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이고 한국에서는 네 번째라고 한다. 독일회사의 작품으로 지금 한창 악기가 설치 중이다. 이 홀과 파이프 오르간은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부산 음악의 쌍두마차로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영어의 표현 중에 ‘모든 스톱을 당기다(pull out the all stops)’라는 말이 있다. 오르간의 모든 스톱을 다 빼면 모든 관이 다 열려서 최대의 음량이 나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인다. 즉, 어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런 표현을 봐도 오르간이 그들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 파이프 오르간의 개관 소식은 부산의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 악기가 얼마나 우리의 청중에게 교감과 호응을 이끌어낼 것인지 약간은 우려도 된다. 국내 오르간 제작자 홍성훈은 국악기의 음색을 오르간에 넣는 시도도 하고 “서구의 음악만을 재현하지 말고 우리의 음색이 담긴 창작 오르간 음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인이다. 그의 주장대로 악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우리만의 레퍼토리를 계발하는 것이 이 귀한 악기를 진정으로 환영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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