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해 거의 우리말처럼 되어버린 일본어 중에 ‘노가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노가다를 일본어로 살펴봤더니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달랐다.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면 ‘どかた’(dokata·土方)로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런 뜻이 차츰 변형돼 건설현장의 막노동꾼이나 그 일 자체를 지칭하고 있다.
‘노가다’를 국어사전에서는 ‘건설현장 등에서 힘든 일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막노동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뜻이 원래와 다르게 변형된 이유와 과정을 살펴봤더니 건설현장의 단순하지만 고되고 힘든 일들에 시달리고 투박하고 거친 작업 환경 등이 어우러져 본인도 모르게 점차 행동과 말투 등이 거칠고 예의에 벗어나고 투박스럽게 변하게 되었다고 했다. 고된 노동에, 소속감도 없이, 안정된 수입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불규칙한 임금, 그것도 저임금에 시달리다 보니 매사에 부정적이고 전투적인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변형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표준어로 자리 잡은 노가다라는 의미는 본인이 뭐라고 변명하든지 간에 고급스럽거나 전문성을 갖지 못하는 허드렛일, 막일 또는 힘든 일 등으로 소위 기술보다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나 그 일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버렸다. 지금도 새벽 인력시장에서는 ‘노가다’에 투입될 인력을 뽑아서 건설현장으로 데려가는 일이 다반사이고 눈만 높은 데다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이른바 3D 업종을 기피하는 우리 청년들을 대신해 동남아 또는 중앙아시아 청년들이 투입되기도 한다.
규모가 큰 건설현장에는 반드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있다. 아무리 큰 종합건설업체라 하더라도 단독으로는 그 공사를 모두 다 감당하지 못한다. 따라서 종합건설업체가 시공사 또는 시행사가 되고 분야별로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들이 각각의 공사를 맡아 진행한다. 예를 들면 터파기 등 기초공사, 골조공사(비계 철근 콘크리트 리프트 등의 설치, 외관 등 마무리), 배관 배선 전기 가스 수도 조경 목재 인테리어 미장 마감 도색 등 아주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야들을 나름대로 전문성을 지닌 하청업체들이 맡아서 분업과 순서에 따라 이를 진행하는 것이다.
건설현장에는 설계나 감리 또는 전문직, 기술직을 맡는 하이칼라가 있는 반면에 단순직 근로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으나 그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고 엄연히 귀천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인격 자체는 그 사람의 기술이나 돈 버는 수준하고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단순직 근로자라고 해서 함부로 비하하거나 홀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인격은 어떤 경우라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노가다 중에는 자기비하나 자포자기의 심정인지는 몰라도 스스로 언행을 막돼먹은 수준으로 함으로써 그야말로 막가는 사람, 대접받지 못할 사람, 몹쓸 사람이 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본인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스스로 자제력을 발휘하고 본인의 언행을 조심해 남으로부터 존경받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호감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진 돈의 차이나 하는 일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야 한다. 대접받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존중해야만 한다. 스스로 품격을 낮춰 매사에 양아치가 되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양아치 취급을 하고 거기에 걸맞은 푸대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직업이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 없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대접을 받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으며, 모든 것은 한 만큼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다시 말하자면 비록 재능이 모자라고, 기술이 부족하며, 실력이 못하더라도 항상 심성을 바르게 가지고 어디에서나 언행을 조심하면 적어도 난 사람은 못되더라도 된 사람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서 이 글의 제목인 ‘노가다’를 새로운 의미가 담긴 ‘노가다(勞價多)’로 바꾸고자 한다. 그 뜻은 글자 그대로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다양하게 하고 크게 높이는 직업’ 또는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엄연히 귀천이 있고 그에 따른 수입의 격차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직업이 다르다고 해서 인성이나 인품도 거기에 비례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대접도 차별을 두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 그렇다면 오늘 이 글의 주인공들은 원래의 ‘노가다’가 아니라 필자가 새로 만든 노동의 가치를 크게 높인다는 뜻의 ‘노가다(勞價多)’로 반드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