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돌바람은 소설(小雪) 무렵 부는 찬바람이다. 소설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다. 이 즈음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진다. 손돌바람이 몰고오는 추위가 손돌추위다. 피신하는 왕을 돕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뱃사공 손돌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배경을 두고 몽골과 전쟁을 벌였던 고려시대 강화도, 조선시대 이괄의 난 때 한강이 엇갈린다. 요 며칠 제법 추웠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허투루 생긴 게 아니다. 김장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22일이 소설이자 김치의 날이어서 하는 말이다.
김치의 날은 2020년 김치산업진흥법을 일부 손질해 매년 11월 22일로 정해졌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세계김치연구소가 정리한 김치의 22가지 기능성(웰빙 효과)은 김치의 기능성 12가지와 김치에 풍부한 유산균의 기능성 10가지로 나뉜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자궁경부암 간암 등 한국인에게 잦은 암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김치의 기능성 6가지를 볼 때 나머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건강식품 Top 10(미국 ‘TIMES’),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먹을 수 있는 ‘우주식품’(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 선정이 괜히 이뤄졌겠나. 발효과학이 깃든 완벽한 건강식품임을 인정한 것이다.
2013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김장문화’ 등재는 김치 세계화에 날개를 달았다. 김장은 긴 겨울을 나려고 많은 양의 김치를 담는 일이다. 여기엔 계절 변화에 순응하는 자연과의 어울림, 가족과 이웃간의 어울림, 그리고 기본 재료인 배추와 무에 더해지는 온갖 양념의 어울림이 있다. 그래서 김장은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표현된다. 시쳇말로 하면 K-컬처를 대표하는 K-푸드의 아이콘인 셈이다.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에서 김치를 기념하는 날을 정하고, 2050년 쯤이면 글로벌 김치 시장이 15조 원 규모로 커지리란 전망이 예사롭지 않다.
기후의 역습이 변수다. 폭염과 폭우로 배추 가격이 널뛴다. 배추가 ‘금추’가 되고 김치가 ‘금치’가 된다. 올 김장철을 앞두고 겨우 배춧값을 잡았다고는 하나 김장 비용이 지난해보다 10% 올랐다.(18일 한국물가정보 자료) 기후변화는 자연과의 어울림을 거스르면서 생겼다. 배추가 김치가 되고, 김치로 김장을 담그는 선순환 고리가 깨질 위기를 맞았다. 이 위기는 우리 공동체의 위기다. 자랑스러운 김치, 김장 전통과 가치를 이어가려면 기후위기 대책을 찾아야 한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