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외계와의 예의 바른 만남을 위한 지침서

안재철 상지건축부설연구소 연구2본부장

  • 안재철 상지건축부설연구소 연구2본부장
  •  |   입력 : 2024-11-26 19:22:4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곧 서기 2025년.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외계와 만날 수 있다. 외계는 우리 바깥쪽의 계이다. 예의가 없는 외계와 만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는 매체를 통해 충분히 학습했다. 그때를 대비해 정리해 둔다.

첫 번째. 적절한 거리. 외계는 항상 거리를 두고 떠 있다. 미드 ‘V(1983)’에서도 영화 ‘컨택트(Arrival·2016)’에서도 외계는 떠 있다. 외계는 이제 지구계와 대화든 전쟁이든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래서 외계와 지구계 사이의 빈 공간은 긴장이 조성된다. 계와 계는 각자 다른 환경과 생태계를 가진다. 계와 계 사이의 경계 공간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꽃이 흔들리지만, 전파가 단절되고 중력이 사라지기도 한다. 경계 공간이 없으면 곧 충돌이다. 그래서 두 계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서로를 읽고 천천히 교류하는 완충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자기소개. 영화 ‘컨택트’에서는 외계와의 접촉을 맡은 전문가가 등장한다. 언어학자는 자기소개를 한다. 이름을 말하고,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댄다. 이름을 밝히고 묻는 것은 김춘수의 ‘꽃’처럼 서로의 정체성을 나누는 일이다. 나아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을 물을 것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상대 계의 환경과 삶을 떠올릴 것이다. 나무가 있는 길을 좋아하구나. 투박하지만 시끌벅적한 바다에 삶의 활기가 있구나 등.

세 번째. 관계맺기. 그냥 심심해서 지구계를 찾아온 외계는 없다. 에너지원을 원하기도 하고, 지구라는 공간을 원하기도 한다. 그토록 과학이 발전한 외계지만 자기 계의 신진대사가 파괴되었다는 뜻이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모두 메타볼리즘(metabolism)이라는 신진대사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음식물을 씹어 소화하고 에너지로 만들어 일상을 살고, 운동을 해서 더욱 좋은 신진대사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병에 걸렸다는 것은 신진대사가 붕괴된 상태이다. 스스로 저작도, 소화도, 에너지 생성도, 배출도 어렵다. 이때는 신진대사 보조기구와 접속해야 한다. 기계호흡을 하고, 링거를 꽂아 영양분과 약물을 주입해야 하며, 타인이나 기계의 부축을 받아야 한다. 항상 외계의 설명은 장황하지만, 결국 지구계와 연결해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온 것이다.

사람도 지역도 국가도 열린계(open system)이다. 열린계는 음식과 분뇨 에너지로부터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한 계가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와 에너지와 물질을 교환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외계는 스스로 완벽하게 신진대사를 하는 닫힌계(closed system)인 듯 행세한다. 기관이 없는 듯, 오장육부가 없는 듯 보이려 한다. 그래서 외계 비행체와 지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구계와 접속하기 위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도, 에너지 공급과 폐기물 배출을 위한 배관도, 창문도 없는 우주선인데 실외기조차 없다. ‘기관없음’은 인간도 도시도 가장 불가능한 ‘낯섦’이기 때문에 영화감독은 언제나 그렇게 그린다. 우리는 어떠한 미인이라도 밥을 먹고 분뇨를 배출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인정으로부터 계와 계가 만나는 예의는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멋진 외계가 강림해도 지구계와 연결되어야 하며, 아무리 완벽한 육체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라도 이식될 신체 계의 신진대사 체계와 거부반응이 없어야 한다.

부산 건축계에서는 ‘특별건축’이 화제이다.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의 시행 과정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었다. 대가라고 칭송받는 건축가가 얼마나 멋진 디자인을 보여줄까 기대도 있었다. 멋진 CG(컴퓨터 그래픽)도, 자갈치 상인들의 인터뷰도 좋았다. 하지만 자체로 완벽한 외계인 특별건축은 원도심 계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완전한 신진대사를 할 것처럼 보였다. 계와 계를 연결하는 세심한 ‘건축적인’ 기관은 보이지 않았다. 원도심의 신진대사는 어떻게 될까. 거부반응은 없을까. 용적률과 건폐율 등의 혜택이 특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예의가 필요했다. 지구계에 착륙하는 외계는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사실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5. 5교도소에 자리 없어서…올해 형집행률 60% 미만 가석방자 급증
  6. 6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7. 7"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8. 8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9. 9‘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10. 10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 1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2. 2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3. 3[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4. 4"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5. 5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6. 6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9. 9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10. 10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교도소에 자리 없어서…올해 형집행률 60% 미만 가석방자 급증
  5. 5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6. 6‘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7. 7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10. 10[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