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서기 2025년.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외계와 만날 수 있다. 외계는 우리 바깥쪽의 계이다. 예의가 없는 외계와 만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는 매체를 통해 충분히 학습했다. 그때를 대비해 정리해 둔다.
첫 번째. 적절한 거리. 외계는 항상 거리를 두고 떠 있다. 미드 ‘V(1983)’에서도 영화 ‘컨택트(Arrival·2016)’에서도 외계는 떠 있다. 외계는 이제 지구계와 대화든 전쟁이든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래서 외계와 지구계 사이의 빈 공간은 긴장이 조성된다. 계와 계는 각자 다른 환경과 생태계를 가진다. 계와 계 사이의 경계 공간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꽃이 흔들리지만, 전파가 단절되고 중력이 사라지기도 한다. 경계 공간이 없으면 곧 충돌이다. 그래서 두 계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서로를 읽고 천천히 교류하는 완충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자기소개. 영화 ‘컨택트’에서는 외계와의 접촉을 맡은 전문가가 등장한다. 언어학자는 자기소개를 한다. 이름을 말하고,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댄다. 이름을 밝히고 묻는 것은 김춘수의 ‘꽃’처럼 서로의 정체성을 나누는 일이다. 나아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을 물을 것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상대 계의 환경과 삶을 떠올릴 것이다. 나무가 있는 길을 좋아하구나. 투박하지만 시끌벅적한 바다에 삶의 활기가 있구나 등.
세 번째. 관계맺기. 그냥 심심해서 지구계를 찾아온 외계는 없다. 에너지원을 원하기도 하고, 지구라는 공간을 원하기도 한다. 그토록 과학이 발전한 외계지만 자기 계의 신진대사가 파괴되었다는 뜻이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모두 메타볼리즘(metabolism)이라는 신진대사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음식물을 씹어 소화하고 에너지로 만들어 일상을 살고, 운동을 해서 더욱 좋은 신진대사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병에 걸렸다는 것은 신진대사가 붕괴된 상태이다. 스스로 저작도, 소화도, 에너지 생성도, 배출도 어렵다. 이때는 신진대사 보조기구와 접속해야 한다. 기계호흡을 하고, 링거를 꽂아 영양분과 약물을 주입해야 하며, 타인이나 기계의 부축을 받아야 한다. 항상 외계의 설명은 장황하지만, 결국 지구계와 연결해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온 것이다.
사람도 지역도 국가도 열린계(open system)이다. 열린계는 음식과 분뇨 에너지로부터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한 계가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와 에너지와 물질을 교환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외계는 스스로 완벽하게 신진대사를 하는 닫힌계(closed system)인 듯 행세한다. 기관이 없는 듯, 오장육부가 없는 듯 보이려 한다. 그래서 외계 비행체와 지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구계와 접속하기 위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도, 에너지 공급과 폐기물 배출을 위한 배관도, 창문도 없는 우주선인데 실외기조차 없다. ‘기관없음’은 인간도 도시도 가장 불가능한 ‘낯섦’이기 때문에 영화감독은 언제나 그렇게 그린다. 우리는 어떠한 미인이라도 밥을 먹고 분뇨를 배출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인정으로부터 계와 계가 만나는 예의는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멋진 외계가 강림해도 지구계와 연결되어야 하며, 아무리 완벽한 육체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라도 이식될 신체 계의 신진대사 체계와 거부반응이 없어야 한다.
부산 건축계에서는 ‘특별건축’이 화제이다.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의 시행 과정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었다. 대가라고 칭송받는 건축가가 얼마나 멋진 디자인을 보여줄까 기대도 있었다. 멋진 CG(컴퓨터 그래픽)도, 자갈치 상인들의 인터뷰도 좋았다. 하지만 자체로 완벽한 외계인 특별건축은 원도심 계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완전한 신진대사를 할 것처럼 보였다. 계와 계를 연결하는 세심한 ‘건축적인’ 기관은 보이지 않았다. 원도심의 신진대사는 어떻게 될까. 거부반응은 없을까. 용적률과 건폐율 등의 혜택이 특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예의가 필요했다. 지구계에 착륙하는 외계는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