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법 앞에 평등한 ‘중대재해 처벌법’

김종은 좋은강안병원 건강증진센터장

  • 김종은 좋은강안병원 건강증진센터장
  •  |   입력 : 2024-11-26 19:23:3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다큐멘터리 영화 ‘노동자의 죽음’(Workingman’s Death, 2005)은 좁은 탄광에서 엎드려 일하며 식사를 해야 하는 광부들, 유독가스 속에서 보호 장비 없이 유황을 채취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끔찍한 환경에서 일하는 도축업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작품은 처절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었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홀로 맞서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이들의 상황은 달라졌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며,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을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한다.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의 안전은 여전히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 수는 13만 6796명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작업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 하나만으로 모든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는 없다. 이 법의 핵심 취지인 ‘생명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깊이 되새길 때다.

지난 10월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처벌 대상은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되었으며, 대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법을 준수한 경영책임자는 면책되었고, 안전보건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경우에도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드라마 ‘악마 판사’에서 판사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습니까? 저는 믿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법무 장관의 아들에게 ‘태형’을 선고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으로 법을 적용함으로써 진정한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모호성 제거’와 ‘법 앞의 평등’ 두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 조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적용 대상 간의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의 9가지 항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침서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모호한 규정은 경영책임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명확한 중대재해 예방 수칙과 업무 범위를 제시하지 못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유사 사건에서 법원의 판결이 일관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안전 및 보건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핵심적으로 강조하는 ‘위험성 평가’(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는 특히 중요한 항목이다. 대기업은 환경·안전·보건팀을 통해 이를 비교적 잘 이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약 80%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 27건 중 약 87%가 ‘위험성 평가’ 미이행을 주요 처벌 근거로 삼고 있다. 따라서, 위험성 평가의 정착과 적절성 확보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위험성 평가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함께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확대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 안전하게 하루 일을 마치고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이며 사랑과 행복, 그리고 평화로 가는 길이다. 모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안전 속에서 행복과 평화를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