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영원히 기억을 쌓아가야 할 부산포

강동진 경성대 교수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4-11-28 19:26:0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5일 동구에서 ‘자주 개항 620주년 기념’이란 제호 아래 ‘부산포 가치 재조명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자주 개항’이란 말과 ‘620주년’이란 숫자가 무척이나 생경하다. 세미나는 부산포(부산항 초기 명칭)의 시작점이 1876년에서 470년을 거슬러 올라간 1407년(태종 7년)이었음을 공유하고, 관련된 가치를 공감하는 자리였다. 그날 이야기를 담아본다.

부산포란 지명은 14세기 말부터 15세기에 저술되거나 제작된 각종 서지류에 ‘富(부자 부)山浦’와 ‘釜(가마 부)山浦’로 달리 사용되며 그 유래에 대해 설왕설래했다. 그런데 태종 2년(1402) 김사형, 이무, 이회, 권근에 의해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 이하 혼일강리도)’에 釜山浦(부산포)란 지명이 정확히 명기되어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혼일강리도가 부산포를 釜山浦로 명기하고 지리적 여건을 보여준 최초 지도인 셈이다. 아프리카와 인도의 위치는 물론 각국 수도들이 표기되어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혼일강리도에서의 釜山浦 표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하겠다.

부산포는 내이포(진해항)와 함께 이포개항이란 이름으로 1407년 7월 27일 국제사회에 문을 열었다. 왜만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조선 정부가 자주성을 가지고 항구를 연 날임에 분명하다. 16세기 들어 날로 포악해져 가던 왜는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이순신 장군이 진두지휘한 부산포해전의 승리로 부산포 일대의 공간구조는 크게 바뀐다. 가장 큰 변화는 내륙 고지대에 자리했던 부산진성이 부산포 바로 옆에 수축되어 부산포와 부산진성이 긴밀한 상호 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이고, 그 일이 시작된 해가 1607년이었다. 그해부터 1811년까지 12차례 조선통신사의 왕래 역사가 부산포에서 펼쳐졌다. 1614년 경상순찰사 권반이 조영하고 1624년 선위사 이민구가 이름 지은 영가대에서 조선통신사가 용신제를 올린 후 대마도로 출항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통신사의 시간이 마감된 19세기 중후반 이후의 부산포에 대한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사보담 선교사(미국 북장로교)가 찍은 사진들 속에서 포구에 연이어 있던 부산장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130명에 이르렀던 호주 선교사의 활동과 흔적이 드문드문 남아 있을 뿐이다. 20세기 초 일제는 부산포를 관통하는 경부선 철로를 개설했고, 이후 부산포는 포구로서의 기능을 잃고 만다. 부산진 1차매립공사(1913~1917)를 통해 부산포는 매립되었고,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2000년대 들어 영가대 복원, 조선통신사역사관 건립, 영가대기념비 일대 공원화 등이 추진되었고, 근자에는 부산진성의 이름을 되찾는 등 일제에 의해 왜곡되거나 잊혔던 부산포와 관련된 기억의 퍼즐 맞추기가 전개되기도 했다.

부산포가 처음 열렸던 무렵은 조선 태종 재위 기간이었다. 이미 아프리카와 유럽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혼일강리도에 수배이상 크게 표현된 조선 등의 정황을 고려해 볼 때, 민족적 자존감이 매우 큰 시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시대에 부산포를 열었으니, 그 의도가 단순히 왜만을 위한 것으로 보기엔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부산포는 1407년 이래 19세기까지 조선 외교의 첨단지대였고 조선 국방의 전초기지로 사용되었다.

부산포의 최활성기, 즉 하이라이트는 언제였을까? 조선통신사들이 12차례 오갔던 200여 년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통신사 일행(300~500명)이 매번 출항 전 약 1개월 간 머물렀던 부산포 일대(동래 포함)는 무척이나 시끌벅적했을 것 같다. 숙박시설들과 주막들은 물론, 6척의 통신사선을 수리하고 또 건조하는 일로 기술자들이 몰려들어 성황이었을 것이고, 동행할 100여 명의 지원인력 모집과 각종 식료품의 수급으로 부산포 일대는 많은 사람으로 붐볐을 것이다. 무사 귀항한 항해기술자들은 일취월장한 기술로 바다를 누비며 전보다 높은 어획고를 올렸을 것이고, 교류 물품들의 거래로 부산장은 분주했을 것이다. 또한 평균 15년마다 반복된 일이었으니 통역 능력을 함양하며 통신사 일행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 뿐일까. 부산포 일대는 임진왜란 최초 전투지이자 순국한 정발 장군을 모신 정공단이 있는 곳이며, 부산포해전의 승전지였다. 이와 함께 조선통신사의 출·귀항장이자, 동래읍성과 부산진성의 외항이자 부산장과 함께 번성했던 포구였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부산지역 3·1만세 운동의 최초 발생지였고, 호주선교사들을 품었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독도가 조선 땅임을 알린 안용복과 독립투사 박재혁 열사와 최천택 선생의 생가(터)도 이곳에 자리한다.

부산포를 기억해야 한다. 부산포를 관통했던 자주 웅비 호혜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녹슬고 변색된 기억들과 무뎌진 마음을 다시 올바르게 잡아야 한다. 부산포는 조선과 대한민국에 있어 글로컬(글로벌과 로컬)을 지향했던 최고의 현장이었다. 그 기억들을 다시 찾아 쌓아가야 함은 후대가 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고 부산이 나아가야 할 미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7. 7‘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9. 9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7. 7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