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시를 일컬을 때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의 순서로 표기해 왔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1949년 서울특별시 지정을 시작으로 당시의 인구·경제 규모에 따라 1963년 부산직할시, 1981년 대구·인천직할시가 출범했고 1995년 광역시 체제를 도입했던 순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2001년 인천은 인구 255만 명을 달성하면서 대구 인구를 앞질렀고 이대로라면 부산의 인구가 300만 명으로 감소하는 2030년 경에는 부산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경제지표인 지역내총생산(GRDP)을 살펴보면 인천은 놀랍게도 단 한번도 부산에 뒤처진 적이 없다. 게다가 인구수 뿐만 아니라 1인당 GRDP 역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반면 부산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되었고 2006년부터는 1인당 GRDP도 줄어들고 있다. 1985년 부산 1932만 원, 인천 2743만 원, 2000년 부산 9970만 원, 인천 1억1875만 원, 2020년 부산 2억7204만 원, 인천 3억367만 원 등이다.
사실 인천은 대구를 앞지른 지 한참 지난 2015년, 행안부에 표기 순서를 대구 앞으로 바꿔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대구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때 인천의 요청이 수용되었다면 앞으로 몇 년 후 부산 앞에 인천이 자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누구나 할 것 없이 공공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면 예외없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며 제1위의 해양항만도시, 즉 해양수도(Ocean Capital)라는 도시 아이덴티티이자 위상을 강조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수도 서울에 버금가는 도시 혹은 초집중하는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지방거점도시이며, 제2 도시의 면모에 걸맞은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초고령도시, 청년이 사라지는 도시, 국내 100대 기업이 하나도 없는 도시, 전국 1000대 기업 중 749곳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집중, 매출 순위 100대 기업 중 78개 사가 서울 소재다.
정작 부산은 대한민국 제2도시이자 해양수도로서 부산의 미래를 살아야 할 부산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나? 사실 제2의 도시로서 부산에 대한 시선도 애매하다. 소도시 사람은 그래도 부산은 서울과 다름없이 형편이 괜찮지 않느냐며 선긋기를 하거나 때로는 제2의 도시 정도면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것저것 요구만 하는 떼쟁이 같다고 한다. 심지어 지역 사정을 몰라주는 수도권 사람들에겐 속사정을 하소연도 하고 절벽 끝에 선 부산의 위기와 부산이 죽으면 우리나라의 지방은 없는 것이라는 반박과 애원을 해야 “그래? 그 정도야?”라며 공감하는 척이라도 한다.
해양수도로서 중요한 항만관리나 요트시설허가는 전부 국가가 관장한다. 심지어 항만시설을 이전하고 도시기능으로 사용하기 위한 북항재개발도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BPA) 소관이지 않은가. 해양수도로서 주권은 반쪽짜리도 못된다는 말이다. 그나마 부산시가 관할하는 해안은 지난 20여년간 초고층 주거빌딩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인구소멸 1순위인 탓에 인구증가, 그것도 청년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지만 정작 부산의 노년층은 복지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장년층은 정책수혜의 대상에서 누락되기도 한다. 특히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만큼 초고령 도시 부산은 은퇴한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 장·노년층도 현역에서 일하는 도시로서 본보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목표도 해안선으로부터 최소한 100m까지는 어떤 건축도 허가하지 않고 오픈스페이스로 지정해서 누구라도 찾아오고 즐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부산에 사는 초등학생은 의무적으로 수영을 배우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더 환영받을 것 같다.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자치의 시대가 시작되고 지방도시의 수장을 민선으로 뽑는 시대를 30년째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몇 번째이거나 우리나라 최고, 최초라는 타이틀, 아니 트로피를 꼭 지켜야 하는 목표인지 생각해보자. 모두가 1등이 될 수 없고 상위권이 아니라고 해서 불행한 건 아니다. 그저 바다와 강이 있어 좋은 도시, 거기에 사는 어린이 청년 여성 노인이 모두 행복한 도시 부산이라 좋다고 자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