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천천 산책로 주변 동백나무 꽃봉오리가 눈길을 끈다. 어른 새끼 손가락 크기부터 엄지 손가락보다 큰 놈까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참이다. 동백나무가 부산시 나무이고 동백꽃이 부산시 꽃이니 부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1970년 3월 1일 시화로 동백꽃을, 7월 1일 시목으로 동백나무를 정했다. ‘진녹색 잎과 진홍색 꽃의 조화는 푸른 바다와 사랑이 많은 시민의 정신을 그려 내고, 싱싱하고 빛이 나는 진녹색 활엽은 시민의 젊음과 의욕을 나타낸다’. 부산시 상징이 된 이유다. 사랑과 행운, 번영의 미덕이다. 영도·중·해운대구가 구화로 기린다.
서양이라고 다를 바 없다. “동백꽃은 겨울에 피는 꽃으로 다른 꽃보다 언제나 한 계절 앞서 피며, 푸른 잎을 잃는 법이 없어 어떤 나이에도 매혹적인 모습을 지켜낸다.” 여성 패션 개척자 코코 샤넬 이야기다. 샤넬이 동백꽃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동양의 차 문화와 함께 차나무과인 동백나무가 관상용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삼총사’ 저자 뒤마와 같은 이름을 쓰는 아들 뒤마의 비극적인 소설 ‘동백꽃 여인’이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춘희’(椿姬)로 연결된다.
동백꽃은 붉다. 처연하게 툭 떨어지는 그 붉은 꽃송이에 동백꽃이 연년세세 이어지는 비밀이 담겼다. 찬바람 생생 불고 눈보라 몰아치는 한겨울, 꽃가루받이 해줄 곤충은 없다. 새를 불러모으려는 자연의 섭리다. 동백꽃은 새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대표적인 조매화다. 새의 눈에 잘 띄게 붉게 붉게 물든다. 비장의 무기가 또 있다. 꽃 안쪽에 꿀이 흐르게 한다. 이때 동박새가 나타난다. 동박새가 꽃송이를 헤집어 꿀을 먹으며 꽃가루를 묻혀 나른다. 공생이고 조화다.
겨울에 동백꽃만큼 붉은 열매가 있다. ‘사랑의 열매’다. 빨간 열매 세 개는 나, 가족, 이웃을 뜻한다. 사랑의 열매를 상징으로 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희망2025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 1일부터 2025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부산에선 2일 송상현광장에서 캠페인을 알리는 사랑의 온도탑 점등식이 열렸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목표액은 108억6000만 원. 이 액수가 채워지면 사랑의 온도탑 나눔온도는 100도를 기록한다.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기승을 부릴수록 동백꽃은 부지런히 피고 진다. 그렇게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간다. 동백꽃에 동박새가 있듯이 사랑의 열매엔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