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합계출산율은 2022년 1.8명으로 10년 연속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중 1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1.59명·2020년 기준)보다 높다. 프랑스도 1990년대까지는 유럽의 대표적 저출생 국가였다.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남녀가 늘어나자 1999년 사실혼을 보호하는 시민연대계약(PACS·팍스)을 도입했다. 동거 커플에게 결혼한 커플과 똑같이 출산·육아 지원을 하는 정책이다. 동거 중 태어난 아이를 방치하던 관행이 개선되면서 1.76명까지 추락했던 합계 출산율이 반등했다. 2020년에는 프랑스 사상 처음 팍스(17만여 건)가 결혼(15만여 건) 건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최근 배우 정우성 씨가 모델 문가비 씨와 낳은 아이의 친부임을 확인했다. 정 씨가 문 씨와 결혼은 하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 양육을 책임지겠다고 밝히며 비혼 출산에 관심이 쏠린다. 대중의 반응은 결혼과 출산을 한 세트로 생각했던 과거와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청년 가운데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42.8%에 달했다. 10년 전 긍정적 답변(30.3%)과 비교하면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지난해 출생아 23만 명 중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에 달했다.
인구 전문가들은 ‘혼외 출생의 제도권 편입’이 출생률을 높이는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비혼 출생을 비윤리적인 행위로 보는 경향이 여전하다. 따라서 비혼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그제 “‘혼외자’라는 용어는 정상 가족의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여서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며 “아이들은 그냥 다 똑같이 자녀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씨의 ‘혼외 출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족 형태’에 관한 화두를 던진 점에선 긍정적이다. 정치권도 관련 제도 마련을 고민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전에 등록한 연대관계자가 보호자 역할을 하는 ‘연대가족등록제’ 도입을 제안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등록동거혼’ 제도를 내놨다.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각종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헤어질 때는 ‘계약해지’로 관계가 종료되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기가 법과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