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국내 굴지의 공기업 대표에게 승진 인사를 청탁했는지 논란이다. 올해 추석 연휴가 끝난 시점에 공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인물의 부장 승진을 부탁한 문자메시지가 지난 2일 본지 카메라에 잡혔다. ‘회사 내 전문가로서 주변에 신망이 두텁고 MBA(경영학 석사) 학위도 취득해 리더의 자질을 갖췄다’며 ‘올해 승진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살펴봐달라’는 내용이다. 이 메시지는 대구의 한 공공기관 이사장을 거쳐 공기업 대표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장은 2일 공기업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해당 인물이 승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통보받았다. 청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당 정책위의장 처신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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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 청탁 관련 메시지를 보고 있다. 김정록 기자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사무총장과 함께 당을 이끌어가는 중책이다. 9명의 최고의원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그의 입에 무게가 실린다. 대구시 국장 출신인 김 의장은 대구 서구에서 4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보다 선수가 하나 더 많다. 지난 7월 당 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대표가 지명한 인물이다. 한 대표는 거취 문제가 불거진 정점식 의원을 의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김 의원을 임명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그는 당의 정책을 입안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입법 협의를 진두지휘했다.
2일은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단독으로 감액 처리한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한 날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대부분 의원들은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본회의장은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돌 정도로 엄중했다. 당은 의원총회까지 열며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두 당의 합의를 요청하며 오는 10일까지 예산안 상정을 미뤘다. 나라 살림을 좌우할 날에 본회의장에서 인사 청탁 메시지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정책위의장이 취할 처신이 아니다.
김 의장은 본지에 “경력 등 차장의 자격이 충분한데, 인사 로비가 치열한 직장이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정하게 처리해달라는 취지였다. 승진을 부탁한 사람은 친척이 아니고 지인의 예비사위다”고 해명했다. 공기업 대표 비서실장의 회신 메시지를 보면 김 의장이 부탁한 인물은 승진하기에 부족했다. 비서실장은 김 의장에게 ‘다른 승진 후보들에 비해 차장 근무 기간이 짧고, 성과 검증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게이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정부의 경제 실정 등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명 씨는 대통령실과 경남도 산하 공공기관 인사 청탁 등으로 수사를 받는다. 이런 마당에 김 의장의 행동은 야당 공격의 빌미가 된다. 당장 인사 청탁 정당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대국민 사과와 그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김 의장은 중차대한 자리에 걸맞은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