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입건된 데 이어 출국금지되는 등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찰·경찰이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관마다 수사의 주체라고 주장하면서 혼선을 빚는다. 법원이 중복수사라며 각 기관이 청구한 일부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기관은 사건 관련 증거를 분리한 채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9일 내란특검법(개별특검)을 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의결해 당분간 수사의 주체가 4곳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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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규명할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등을 심사·의결하기 위해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정청래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가운데 오동운 공수처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가운데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
수사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검찰이다. 검찰은 계엄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이날 김 전 장관을 세 번째 소환해 조사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군검사·수사관 50여 명을 특별수사본부에 포함시켜 군 장성 등 조사가 가능하다. 자기들만이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운 경찰은 이상민(전 행안부 장관) 김용현 박안수 여인형(전 방첩사령관) 등을 출국금지하고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상태다. 핵심 피의자인 김 전 장관의 집무실·공관·자택도 압수수색해 기초수사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와 국방부 등 주요 참고인도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은 공수처는 다수의 영장이 기각돼 수사의 진척이 더디지만, 윤 대통령의 출국 금지는 가장 먼저 했다. 공수처는 공정성 확보와 공수처법을 내세워 오는 13일까지 사건을 이첩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공수처로 넘길 분위기는 아니다.
이는 수사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빚어진 현상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그동안 이를 조정했다. 지금은 권력 공백기여서 이를 조율할 기관이 없다.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을 진행할 법원은 난처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를 두고 “공소 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특검이 수사를 맡아 진행하는 게 혼란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특검이 출범할 때까지는 수사기관마다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직 대통령을 누가 소환해 조사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주도권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기관들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해야 하겠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다. 중복과 혼선이 있더라도 신속하게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혹시 기관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앞뒤 가리지 않고 무리한 경쟁을 펼쳐서는 안 된다. 기관마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으니 필요하면 협력해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추되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