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매서운 추위다. 지난 22일 경기 연천과 강원 철원 양구에는 올겨울 첫 한파 경보가 발령됐다. 이틀 이상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졌다. 안 그래도 추운데 어이없는 비상계엄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45년 만에 되살아난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의 트라우마에 치를 떨었다. 참으로 고약한 계절이다. 몸도 마음도 녹여줄 따스함이 간절한 건 인지상정이다.
똑같은 추위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고, 문인과 일반인이 같지 않다. ‘겨울은 거친 길을 하얗게 만들고 있다./너의 세월이 악한 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삭풍이 너의 부드러운 손을 깨물고,/증오가 너의 기쁨 위로 입김을 불어 낸다’.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시 ‘춥다’이다. 일제 강점기 민족시인 윤동주는 눈바람까지 몰아치는 겨울을 ‘개’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눈 위에서/개가/꽃을 그리며/뛰오’.
위고는 추위에 인간의 고독 슬픔 불평등을 겹쳤다. 그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에서 추위는 가난과 고통의 메타포다. 윤 시인의 동시 ‘개’는 눈밭을 뛰노는 개의 발자국을 꽃으로 표현했다. 추위는 고통과 시련이지만 위고도 윤 시인도 따스한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전해주고자 했다. 이게 문학의 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다. 이는 자연의 이치이기도 하다. 문인들의 위로에도 추위가 고통과 시련임에는 변함이 없다. 기어코 희망을, 봄을 맞는 건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꿈꾸는 겨울이다.
국제신문도 춥다. 23일 찬바람 쌩쌩부는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대주주와 결별하는 법적 절차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초현실적 상황이다. 77년 전통의 정론지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온갖 뉴스가 넘쳐나는 정보 범람 시대에 부산 울산 경남 800만 독자를 위한 가치 있는 소식을 전하겠다는 홀로서기 선언이다. ‘무엇이 부울경 독자를 위한 길인가’하는 질문 하나만 짊어지고 새로운 탄생의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국제신문이 부울경 독자의 뉴스 플랫폼이라는 응원이 있어 용기를 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이 희망이다.
봄은 온다. 그 희망으로 겨울을 이겨낸다. 자연이 순환하고, 그 속에서 역사를 만들어왔다. 계엄 한파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을 믿는다. 45년 전 신군부의 비상계엄으로 강제 폐간의 아픔을 겪었던 국제신문이다. 하루하루 신문 만드는 일에 온 열정을 쏟아부으며 새봄을 기다린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