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모퉁이극장 내 청년작당소에서 2024 공공예술포럼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라는 외로움 극복을 위한 공공예술의 역할과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했는데 필자는 ‘조금 더 특별히 외로운 사람들이 들어야 할 음악’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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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열린 외로움 극복을 위한 공공예술 포럼에서 음악부문 발제를 한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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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삶은 더욱 개인화되었는데,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2023년 출간한 책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핵개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했고, 2025년 트렌드 코리아의 10대 키워드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모두 현대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생긴 자신의 삶이 주체가 되고 안온한 일상의 만족을 가치있게 여기는 개인 삶에 초점을 둔 새로운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 삶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고독과 고립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담론이 되고, 고독감 해소를 위한 커뮤니티 활동이나 공공예술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현실이다.
예술 분야에서 창작을 위한 고독과 고립은 정서적 안정과 창의적 몰입에 있어 때로는 필요하다. 조선후기 판소리 명창들은 득음을 위한 자발적 고립으로 은둔을 자처하며 독공을 통해 소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인간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고독한 시기를 겪으면서 지성이 싹트고 예술과 문학이 창조되는 경우가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유배로 인한 실존적 자아와 마주하는 경험을 통해 깊이 있는 철학적 통찰로 많은 예술작품을 남겼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목민심서’를 저술했고, 정철은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의 가사 작품을, 허균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남겼다. 특히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는 안분지족, 안빈낙도를 추구하며 풍류를 즐기는 그야말로 조선시대 ‘아보하’의 삶을 작품으로 표현한 듯하다.
반대로 조선시대에도 커뮤니티 중심의 예술 활동이 있었다. 조선시대 학문 공동체인 서당이나 학당은 교육과 문화 교류의 중심으로 선비들은 서당과 학당에 모여 학문과 예술을 교류했고, 실학자들은 유춘오악회라는 풍류방을 열어 그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정악(正樂)이라 부르며 문화 공동체로서의 성취를 함께 나누었다. 조선시대 민간에서는 풍물놀이나 강강술래, 탈춤과 같은 공동체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결속을 다졌다.
조선시대의 개인 예술 활동은 자아 표현과 감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커뮤니티 차원의 예술 활동은 공동체의 결속을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하면서 예술로 일상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적 경향은 사람들 사이 심리적 장벽을 두어 사회적 고립감을 더 크게 만든다. 고독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집단적 활동이나 정서적 교류의 기회가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이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연대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며 공공예술로서의 개인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더 넓은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