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제명의 오션 드림] 트럼프 2.0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정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   입력 : 2025-01-09 18:35:3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는 을사년이다. 120년 전, 대한제국의 주권이 찬탈당한 해도 을사년이었다. 을사늑약을 통해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로 접어들며 한순간에 세계사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36년간의 강점기, 남북한의 이념 분단, 그리고 처참했던 한국전쟁은 5000년 역사의 우리 민족을 무참히 짓밟았다. 오욕의 역사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가며 ‘주권찬탈 10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세계사는 강대국의 부침에 따른 역학 구도의 변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격변기였고, 그 시기를 견뎌낸 우리나라는 교과서에 기록될 가장 혁신적인 국가발전의 아이콘이 되었다. 저력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가히 ‘기적의 역사’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변천사는 그야말로 경천동지 수준이다. 기계장치 사용이 겨우 200~300년 전인데 지금 인류가 보유한 기술과 산업은 이미 우주를 향하고 있고, 산업을 지탱하는 에너지의 변화 속도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프로메테우스의 선물’ 불을 지키려는 노력은 에너지의 개발·활용을 통해 수만 년 동안 화석 에너지 시대를 밝혀왔다. 하지만 불과 100년 사이에 등장한 친환경 에너지는 장구한 화석 에너지 시대의 일몰까지 예고한다.

에너지 변화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자동차 산업은 ‘변화 중국 탄소’라는 올해의 화두를 받아 들었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해결 방안을 찾고자 무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한 치 앞 예상도 힘든 트럼프 2기의 산업계는 보호무역을 앞세운 국가별 경쟁의 격랑을 마주하겠지만,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오월동주’도 무릅쓸 만큼 필사적이다. 조선해양산업 역시 격동기를 맞았고, 이 역시 자국 산업 보호와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이 가져온 결과다.

지난해 말 인도 조선산업 수뇌부들로 구성된 방문단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신규 상선 1000척 확보’를 위한 건조 조선소와 조선업 육성 파트너 확보가 목적이었다. 인도는 국가 무역의 95%를 해운에 의존하지만, 선박 건조 능력 부족으로 선박 임차에만 연간 100조 원 이상을 쓰고 있다.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2030년대 GDP 기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인도는 조선산업에 기반을 둔 해양정책으로 경제패권 프레임을 완성해 가려 한다. 그 인도가 우리에게 드러내 놓고 SOS를 보냈다.

미국 조선 시장의 상황은 더 드라마틱한데, 법안과 정책의 변화가 그 시작점이다. ‘미국 선박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하고 수리해야 한다’라는 존스법에 오랜 기간 발목이 잡혀, 막강 해군력은 쇠퇴했고 대(對)중국 해양 경쟁력의 상실도 우려됐다. 급기야 미 정부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를 열어주기까지 이르렀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말에는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 인프라 법안’이 의회에서 발의되었다. ‘전략 상선단 프로그램’을 통해 미 상선 250척을 조성한다는 법안이고, 존스법 적용 면제 유예까지 주면서 외국 건조 선박도 임시 선박(interim vessel) 지위로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세계최고의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MRO에 뛰어들었고 미국 내 노후 조선소 재건까지 해주고 있다. 조선산업 재건과 함께 중국과의 해양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해양정책 밑그림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인도의 공통 관심사는 해양 경쟁력 확보다. 해양 경쟁력의 원천이 완성형 조선산업 생태계 구축인 것을 알고 있기에 미국과 인도는 전략적 파트너로 우리나라를 선택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술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120년 전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한의 을사년’이었다. 2025년 을사년이 트럼프 2기와 함께 극한의 불확실성으로 문을 열었다. 불확실성의 원천인 트럼프 당선인조차 자신의 임기 동안 대표적 국제 협력 분야로 ‘코리아 조선산업’을 콕 집어 러브콜을 보낼 만큼 지금 우리는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한반도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각국 뉴스에 실시간으로 등장하는 오늘 같은 시대가 역사적으로 한 번이라도 존재했을까. 1907년 헤이그에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피력하다 ‘신사의 나라 영국’과 ‘찬탈 당사국 일본’에 밀려 좌절하고 말았던, 그래서 힘과 이익을 따르는 세계정세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던 세 분의 특사들은 후손들의 오늘을 예견했을까.

중국과의 출혈 경쟁은 모든 산업군의 화두다. 그래도 대한민국 조선해양산업만큼은 친환경선박 기술을 무기로 ‘아직은’ 중국을 따돌리고 있고, 세계 경제 대국들이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을 추종하며 따르려 하고 있다. 그 어떤 제조업보다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경쟁력을 보유한 대한민국 조선해양산업은 잘 벼른 칼과 잘 기른 장수들도 준비시켜 두고 있다. 세계정세와 산업의 변화를 읽어내고 자국 산업을 이끌어야 하는 정책의 결정은 위정자의 몫이겠지만, 정책 시행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트럼프의 러브콜이 우리를 위한 것이었을까. 시의적절한 ‘우리’ 해양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3. 3“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3. 3“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