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부산의 가구 연평균 소득은 6259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했다. 부산에는 100대 기업 중 단 한 곳의 본점도 없을 만큼 좋은 일자리가 없고, 부산 경제를 지탱하던 제조업은 경쟁력을 상실했거나 부산 외 지역으로 떠났다. 서면이나 남포동 등 핵심 상권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빈 점포, 빈 상가가 나올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2023년 부산 인구는 334만9556명으로 전년 대비 0.53%가 감소한 반면,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4만8002명으로 전년 대비 4.65%가 증가해 부산의 고령화율은 22.33%에 달한다. 반대로 1만여 명에 달하는 청년 인구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 인구만 늘고 있는데, 초고령화 도시 부산의 고령 세대 고용률은 26.2%뿐이다. 저소득층, 특히 노인 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산 경제를 지탱해오고 있던 주요 축인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 금리 상승,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공능력평가 기준 부산 7위, 전국 105위권의 중견기업도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부도 신고 건설업체는 전국 29곳이며, 이중 부산지역 건설사는 6곳이 포함됐다. 부산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제조업도 마찬가지이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고임금 등의 영향으로 만성적인 부진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현재 부산은 좋은 일자리가 없고, 건설업이나 제조업 등의 장기 부진으로 소득이 줄고 있으며,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로 소비도 줄고 내수가 침체되어 자영업자들마저 힘들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나고 노인 인구만 늘고 있는데 노인 고용률마저 낮아 노인 빈곤이 가속화하고 있다. 부산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소득이 줄었는데 금리는 오르고 물가도 올랐다면, 당연히 가계나 기업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의식주 등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있어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다. 결국 가계의 소득이나 기업의 매출로 생계비나 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적자가 발생하고 가계나 기업은 곧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회생이나 파산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부산회생법원을 비롯해 전국 회생법원에 사건 수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가 있다.
최근 사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중 사업체를 계속 운영하면서 부채 탕감 혹은 지급유예를 받고자 하는 사람보다 아예 사업체를 접으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회생이나 파산은 기본적으로 ‘재기’를 돕는 제도이다. 한 번 실패했다고 인생이 낙인찍히지 않도록,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도전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그런데 다시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살아보고자 해도 일자리가 없다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재기’라고 하는 회생, 파산 제도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기업회생 대신 기업파산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 부채를 탕감받고 계속 가게를 운영하려는 사람보다 가게를 폐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 상황은 우려스럽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부산의 가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일자리의 문제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산업구조를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서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관광 등 신산업으로 재편하고, 기업의 신산업과 R&D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혁신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통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 신산업, 혁신기업이 들어와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다면, 그곳에 지역의 청년 인재들이 고용되고 청년들에게 충분한 소득이 생겨 소비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소비가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해 다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선순환이 이루어져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부산은 가난한 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