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으나 전쟁 중단으로 이어질지 국제사회가 반신반의하고 있다. 양 측은 6주간 전투를 중지하고,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면서 영구적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였다. 가자지구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15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다.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구로 인정받은 가자지구는 ‘중동의 화약고’로 불린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영토 문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이 끝없이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1964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출범과 함께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본격화됐다. 2006년 팔레스타인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선 극우 세력이 집권하면서 대규모 무력 충돌 사태가 여러 차례 빚어졌다.
휴전 합의 소식 이후 비통한 울부짖음과 고통만 가득했던 가자지구에 오랜만에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한편에선 전쟁 중 사망한 가족, 친구 등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 인구(220만 명) 2%에 해당하는 4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신생아를 포함한 어린이가 1만3300명이 넘는다. 전체 부상자 수는 최소 11만265명이다. 4분의 1은 신체 절단, 두부 손상 등 영구적 부상을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협상 타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휴전 합의는 미국 정부의 끈질긴 외교 결과물이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새로운 권력이 된 트럼프 당선인 말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단계 휴전안을 제안했으나 8개월 동안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 취임식 날까지 인질을 안 풀어주면 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이번 휴전 기간은 42일에 불과하다. 임시 휴전 합의를 넘어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완전한 종전에 반대하는 극우 강경파들이 이스라엘 내부에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19일 휴전 협상 발효 예정 시간 전에도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로 귀환할 인질 명단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가자지구에 평화의 햇살이 들기까지 험난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치우쳤던 과거와 달리 균형 잡힌 중재 노력으로 중동 평화를 이끌어낼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