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초한 혐의다. 그가 구속됨에 따라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구속피의자란 흑역사를 더했다.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은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이란 쟁점을 두고 법원에서 다퉈야 한다. 이와 별도로 헌법재판소에선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통령 선거가 올봄에 실시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겠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은 내년 봄에야 나올 전망이다. 비상계엄이 초래한 탄핵 정국 부작용이 넓고 깊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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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가덕도에 2025년 새해가 떠오르고 있다. 올해 착공 예정인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는 부산의 미래가 걸린 대역사다. 을사년 부산에서 이뤄지는 시작되는 가장 큰 사업이다. 국제신문DB |
사법 질서에 정면 도전한 그의 행태를 보면서 자포자기(自暴自棄)를 곱씹는다. 자신을 해치고 버리는, 될 대로 되라는 정도로 이해한다면 ‘맹자’(孟子) ‘이루’편 문구를 오독(誤讀)한 셈이다. 2000년 전 철학자 맹자가 꾸짖은 건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었다.
“자기 자신을 해치는 자와는 함께 말할 게 없고, 자기 자신을 버리는 자와는 함께 할 일이 없다. 예의에 맞지 않고 올바르지 않는 말을 하는 것, 이를 ‘자기 자신을 해치는 짓’이라 한다. 내 몸은 어짊에 머물 수 없고 올바름을 따를 수 없다고 하는 것, 이를 ‘자기 자신을 버리는 짓’이라 한다. 어짊은 사람이 편안하게 살 집이고, 올바름은 사람이 가야 할 바른 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둔 채 살지 않고 바른 길을 버려두고 따르지 않으니, 슬프도다!”(‘맹자, 시대를 치르다’·정천구)
어짊(仁)이, 올바름(義)이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면 민주와 법치라 할 수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으며, 사람다워야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해를 손으로 가리며 어둡다 하고, 이를 진실처럼 떠받드는 일부 지지자들을 두고 자포자기라 하는 것이다.
위기의 대한민국은 곧 부산의 위기다. 나라가 ‘대행대행’ 체제인데 지방자치단체라고 순탄하게 굴러갈 리 만무하다. 그나마 시민이 발휘하는 민주 회복력으로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문제점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대책도 평상시와는 달라야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2025년 새해 벽두 행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박 시장은 미국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2025’에 참석한 뒤 시애틀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양자컴퓨터 개발사 아이온큐를 찾았다. 이에 더해 라스베이거스 미래형 터널 교통 시스템인 베가스 루프(Vegas Loop)를 체험했다. 부산형 급행철도(BuTX)를 꿈꾸는 박 시장 입장에선 탐나는 모델이다. 부산 세일즈 선봉에 서며 부산 미래 먹거리를 살필 기회였다.
그러나 박 시장 앞에 놓인 현안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2월 내 국회 통과’ 약속이 대표적이다. 탄핵 소용돌이에 휩쓸려 좀처럼 국회에서 논의할 여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도 마찬가지다. 가덕도신공항 착공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런 와중에 부산 통계들은 온통 경고등이다. 부산시 청년 인구가 인천에 처음 추월당했으며, 한해 2만 명씩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기 때문이다. 부산의 가구 연평균 소득이 6259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라는 수치는 또 어떤가. 박 시장은 직접 만든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강조하나 ‘노인과 바다만 남은 도시’라는 혹평도 여전하다.
새해 시정 초점은 민생안정 시민행복과 혁신역량 및 도시경쟁력 향상이다. 오는 3월 예정인 조직 개편에서 그 의지를 엿보게 된다. 2개 국을 신설하려는 시의 구상에서 아쉬운 점은 해양에 쏟는 관심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해양농수산국 예산은 전체 시 예산의 1% 수준이다. 박 시장은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항인 부산항을 자랑하나 이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미진하다. 해양자치권이 없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 조직 및 예산 확보로 우리가 이만큼 준비됐으니 이젠 정부 권한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노인과 바다만 있다고 자탄할 것이 아니라 실버산업과 해양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산시 양대 부시장 임기도 올 상반기면 끝난다.
당장 오는 4월 부산시교육감 선거가 있다. 이른바 친윤석열 행보가 초래할 변화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교육감 선거다. 이는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자치선거와 궤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박 시장 입장에선 조기 대통령 선거가 이뤄질 경우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부산 현안 해결을 요구하고 이를 지방선거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시민 마음은 현안을 차근차근 해결하면서 보태진다.
설 명절과 함께 을사년(乙巳年)이 시작된다. 시민 권리와 도시공동체에 관한 심도 있는 성찰과 방향 전환을 기대한다. ‘시민과 함께 할 일’을 찾고 ‘시민과 올바른 말을 나눌 때’ 위기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