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政勢)가 무척 혼란스럽다. 삶은 크게 융성하고 확장되었다고 여겨짐에도 나라 정세는 발전하기는커녕 뒤로만 가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3일에 시작된 계엄 정국은 지금까지 경제발전 아래 잠겨있던 우리의 모순과 허상을 낱낱이 드러나게 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가 마치 선진국이라도 된 양 떠벌이기도 했지만, 작금의 우리 상황은 혼돈에 빠져있는 후진적인 국가들과 진배없어 보인다.
지난 두 달 가까운 시간은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괴감과 고뇌의 연속이었다. 모든 국민이 그랬으리라. 그럼에도 참담했던 시간 가운데 한 줄기 빛 같은 순간들을 보았다. 질서와 창의에 찼던 집회 풍경이었다. 분명 도래할 차세대 민주 시민의 모습을 예견하는 듯했다. 응원봉을 든 집회 참가자들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상당수는 MZ 세대였다. 평소 필자는 그들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태어나, 매우 기계 의존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철없는 아이들로 여길 때가 많았다. 그런데 기성세대의 민낯을 가려주기에 충분했던 그들의 집회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 부끄러웠고, 크게 반성했다. “이 아이들이 미래 대한민국의 진짜 주류이겠구나!” 솔직한 심정이었다.
MZ 세대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들의 언어다. 대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축소하고 또 줄여 사용하는 감각적인 그들의 어휘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나, 한 문장에 여러 신조어가 나열될 때는 나 또한 이방인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가장 흥미로워(?)하고 강의 중에 가끔 인용하는 신조어들이 있다. ‘갓생’과 ‘덕질’이다. 갓생은 모범적이며 귀감이 되는 인생을 일컫는 단어다. 현실 속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는 의미다. 덕질은 어떤 분야에 열정적으로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에 초집중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행위를 총칭하는 말이다. ‘GOD(신)’이 어두가 되어 다소 과장되고, 어떤 일에 행동하는 것을 낮춰 부를 때 사용되는 ‘질’ 자가 어색해 신조어들의 뉘앙스가 선뜻 와닿지는 않지만, 갓생과 덕질은 각박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소책이나 삶의 지향점을 설명할 때 통용되는 말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결국 미래 사회에 전문적 역할을 감당하거나 최고가 될 수 있는, 즉 자신에게 승부를 걸고 싶어 하는 미래지향적인 MZ 세대를 설명하는 용어인 것이다. 그래서 두 신조어는 올바른 변화를 추구하는 건강한 MZ 세대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갓생과 덕질이 스며있는 MZ 세대의 성향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남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너는 너 나는 나이기에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 특성으로 연결된다. 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층을 향해 습관적으로 내뱉는 개인주의 비판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의 공감 능력은 또 다른 신조어인 ‘머글(muggle)력’과 연결된다. 머글은 보통 사람, 특별한 능력이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을 뜻하는데, 머글력의 정도가 높다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남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 즉 소통력이 높다는 뜻이 다.
관련된 MZ 세대의 또 하나의 성향은 ‘진정한 것에 관심 많음’이다. 이리저리 재지 않는 순수함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관심은 기업윤리와 연결된 착한 소비 행위로 나타나기도 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한다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주저함이 없다.
어렴풋했던 그들의 특별한 성향을 이해해 보니 숙성되지 않은 과일로만 여겼던 MZ 세대의 모습이 결코 불안하거나 불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기성세대)보다 못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아 보인다. MZ 세대! 그들이 누구인가? 우리의 자식이고 우리의 미래 동료가 아닌가? 그들의 존재감을 확인하니, 필자는 구습에 빠진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깊은 상처들과 위기의 이 시간이 그리 두렵거나 염려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생각이 유효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경직된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공감 없는 명령만이 최고인 양 착각하는 권위적인 사회구조 속에 MZ 세대를 가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힘과 권력에 아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인생은 줄이라는 왜곡되고 변질된 삶의 원리를 MZ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혈연 학연 지연에 사로잡혀 파당 짓는 일을 즐기는 기성세대의 끼리끼리 문화를 그들이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근시안적 시선으로 단기 이익이나 돈 버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다음 세대와 지구환경을 외면하여 발생하는 감당할 수 없는 짐들을 그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구태의 이념에 사로잡혀 관용과 포용을 포기한 채 찢어지고 경직된 우리의 생각을 MZ 세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혼미한 가운데 왜곡되고 있는 민족정신의 가치를 재정립해 그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2025년 1월, 통통 튀는 그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다양하게 실험될 수 있고, 올바른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세상에 똑바로 설 수 있으며, 나라 사랑의 건강한 마음이 살아 약동할 수 있도록 MZ 세대에 길을 열어주는 성장의 마인드셋이 절실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