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한파가 매섭다. 입춘인 3일 몸을 움츠리게 하더니 4일부턴 몸이 꽁꽁 얼게 할 만큼 춥겠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원인이다. 강풍이 체감온도를 더 끌어내린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입춘에 오줌독 깨진다’는 속담은 다 이유가 있다.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이지만 2월 초라 이름값 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건 입춘 날씨가 예고하는 올해 전망이다. 입춘에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년이 들고 병이 없으며 생활이 안정되리라 믿었다. 눈 또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지금 날씨가,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메가톤급이다.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이 바람은 제 살자고 남 죽이는 격이다. 미국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다른 나라에 관세 폭탄을 터트렸으므로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라고 이 바람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걱정이 태산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용산에서 일으킨 바람은 또 어떤가. ‘12·3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호’를 풍전등화(風前燈火) 처지로 내몰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되고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되며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동시에 기다리는 처지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 발동’을 두고 입장이 나뉘는 터라 설 명절 차례상에선 가족끼리도 말조심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런 내우외환(內憂外患) 바람이 올해 닥쳤으니 흉년이 무섭고, 파랗게 질린 증시와 급전직하하는 경제지표가 아찔하다.
봄의 시작이 언제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절기에 따르면 입춘이고, 계절 구분으로는 3~5월이 봄이므로 3월 1일이다. 또 천문학적으론 춘분(3월 20일)을, 기상학에선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때를 봄의 시작으로 본다. 나라 안팎 사정을 고려한다면 봄이 언제올까 싶다.
중국 주(周)나라 때 24절기가 정착한 까닭은 농사 짓는 일에서 기후 예측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요즘으로 치면 국민이 피부로 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그런 바람을 입춘방(立春榜)에 담는다. 새로운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고, 봄을 기다리는 글귀다. ‘복록정명 장락만년’(福祿正明 長樂萬年·행복은 공명정대하여 까닭 없이 오지 않으니 큰 즐거움이 오래 가게 하길).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