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즈의 헤이온와이(Hay-on-Wye)는 온 동네가 헌책방과 골동품 거리이다보니 ‘전세계 첫 번째 헌책방 마을, 세계 최대의 중고 및 골동품 도서 센터’라고 불리는 작은 책마을이다. 원래 영세한 농장들과 도시로 떠나는 농민들이 늘어나던 지역이었지만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리차드 부스가 어떻게 마을을 되살릴지 고민하다 마을의 빈공간을 헌책방 명소로 만들자고 결심했다. 영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좋은 책과 희귀본을 수집하고 1977년 만우절에는 헤이온와이를 서적왕국으로 명명, 독립선언을 하고 스스로를 서적왕으로 추대하는 등 독특한 기획과 홍보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노력으로 마을에는 헌책방이 하나둘 늘었다. 1988년부터 시작한 헤이축제는 빌 클린턴, 스티븐 호킹, 조안롤링, 리처드 도킨스 등 작가 시인 역사가 환경운동가 정치인 등이 모여 강연과 전시를 비롯해 200여 개의 책 관련 행사가 열린다. 주민 1600명에 불과한 헤이온와이에 매년 5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고 100만여 권의 헌책이 판매되고 있다.
빈부격차가 극심했던 브라질의 쿠리치바시는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인 자이메 레르너가 2차례 시장을 역임하는 동안 친환경의 혁신적인 교통·도시정책과 함께 교육정책에 집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혜의 등대(Farois do Saber)’로 불리는 지역도서관이다. 쿠리치바 학교내에 37개소가 있고, 도심 곳곳의 광장 9곳에도 있으며 독서와 문화예술활동 뿐만 아니라 특히 3D 모델링, 프로그래밍, 교육용 로봇공학 등 창의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의 안전과 문맹퇴치를 넘어 지역혁신에 톡톡히 기여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시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드러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독서를 선택했다. 특히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과 협업해 숨겨진 ‘독서 공간을 찾아 공유하는 지도만들기’, 도서관, 교육기관, 작가, 북카페 등 다양한 기관과의 ‘피렌체 독서 협정’을 맺어 독서를 습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책 읽는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성장이 곧 도시의 성장이며 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도시의 의무라는 게 피렌체시의 구상이다. 궁극적으로 즐겁고 의미있는 독서 활동을 위해 도시의 크고 작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관광도시를 넘어 교육도시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찰스 엘리엇 총장은 1909년 세계문학 고전들 중에서 51권을 선정해 ‘하버드 고전’으로 명명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여러 대학이 자신들에게 적합한 고전을 선정해 필독서로 추천했고, 대학생들은 4년 동안 추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독서토론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이어서 컬럼비아대 보스턴대 시카고대 등이 50권에서 100권 가량을 필독서로 선정해 독서 열풍 대열에 참여했다. 세인트존스 칼리지는 기존 커리큘럼을 모두 없애고 서양 고전 100권을 선정해서 독서와 글쓰기, 독서토론으로 4년간의 교과 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이처럼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은 사람을 성장시키며 도시공간을 발전시킨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다. 부산에는 50여 개의 공공도서관과 400개가 넘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밖의 책읽는 여건도 훌륭하다.
부산은 길의 도시이자 뷰의 도시이며 축제의 장이다. 그것도 남다르게 멋진 길과 뷰포인트가 많다. 낙동강변부터 해안을 따라 송도 자갈치 북항 광안리 해운대 송정 임랑을 지나는 300㎞가 넘는 갈맷길은 양적·질적으로 대단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산복도로도 빠질 수 없다. 게다가 도심 속 산지와 구릉지는 너무나 훌륭한 산자락 녹지공간과 함께 뷰를 안겨준다. 책읽기 딱 좋은 부산만의 멋진 환경이다.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급 헌책방골목인 보수동 책방거리도 상생할 수 있고 부산의 다양한 역사·문화적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아카이빙하고 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확대할 수 있지 않는가. 금년으로 30년 차인 부산국제영화제와 26회 차인 록페스티벌의 역사는 학술적 가치도 적잖다. 무엇보다 책읽는 부산시민, 책읽는 학교는 부산의 엄청난 경쟁력이 되지 않겠는가? 책읽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