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근현대역사관에 가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전시(국제신문 지난 1월 17일자 16면 보도)를 다시 보았다. 지난달 중순에 이은 두 번째 관람이다. 이 전시는 일제강점기 엄혹한 시절 독립을 위해 제국주의 일본에 맞서 힘든 싸움을 펼친 임시정부를 우리 후손이 오늘, 여기에서 꼭 기억해야 함을 조용히 웅변한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부산근현대역사관이 공동 주최한다.
이번에도 역시 눈길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먼저 꽂혔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3·1 운동 직후인 1919년 임시정부가 선포한 당시의 헌법이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제2조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해 이를 통치함.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빈부의 계급이 없고 모두 평등함.
조선 왕조가 망한 해는 1910년이다. 1919년이면 대부분 백성은 ‘나라’ 하면 으레 왕이 지배하는 왕정을 떠올리고 ‘민주’나 ‘공화’는 생소했을 터인데, 목숨 걸고 풍찬노숙하며 독립 투쟁을 하던 선각자들이 ‘민주공화제’를 국가의 철학·원리·체제로 명확히 규정한 뜻을 거듭 생각했다. 이 얼마나 지혜롭고 고마운가. 1945년 대한민국은 독립했고 현재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2025년 을사년은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이다. 조선이 망국으로 들어선 1905년 을사늑약 120주년인 해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이다. 바로 여기서도 우리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회복력을 읽는다.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였으며 강제동원은 없었고 일제의 식민통치는 조선에 좋은 일로, 제국주의 일본을 긍정한다”는 식의 주장은 그 당시 강했던 일본과 약했던 조선의 상황에 충격을 받아 인식이 거기 딱 꽂히고 시간마저 그때 시점에 멈춰버린 자들의 역사 왜곡이다. 다행히 한국 민중은 시간과 인식이 일제강점기에 딱 멈추고 갇혀버린 일부의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제’를 지키며 나라를 발전의 길로 이끌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부산박물관과 부산근현대역사관 등이 특별한 전시와 행사를 열기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위기에 처해 있는 2025년 벽두, 광복 80주년의 뜻을 모두 함께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역사에서 배워 미래를 열자.
조봉권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