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조선 효종 때 학자 홍만종은 ‘경전하사’(鯨戰蝦死)로 표현했다. 보름 만에 썼다는 ‘순오지’에 나온다. 그는 민간에 떠도는 속담으로 현실을 비판했다. ‘작은 놈이 큰 두 놈들 사이에 끼어 화를 당한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그가 살던 조선 후기에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 보다.
중국 전국시대 등나라는 강대국인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자리한 약소국이었다. 지도자인 문공이 맹자에게 “두 국가 중 어느 나라를 섬겨야 할까”라며 생존법을 물었다. 맹자는 이런 계책이 자기 능력 밖이라면서도 한 가지 방법은 있다고 했다. “성을 높이고 이를 둘러싼 연못을 더 깊게 파세요.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함께 싸울 백성이 있으면 해볼 만합니다.” 이어 강대국의 침략에 대항해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시간이 걸려도 오직 선정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간어제초(間於齊楚)다. 강대국 사이에 낀 처지를 이른다.
지금 우리 상황이 딱 이렇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 낀 ‘간어미중’(間於美中)이다. 경전하사할 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부터 중국산 모든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했고, 더 높은 보복관세를 물렸다. 중국의 강점인 희토류 수출마저 통제하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 완제품의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미·대중 수출 비중은 각각 전체의 20% 수준으로 비슷하다. 중국이 지난해 기준 미국보다 52억3500만 달러 더 많았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미국 상대 무역 흑자국 중 8위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올라 서로 수출이 감소하면 중간재를 공급하는 우리 기업 피해는 불가피하다.
우리가 살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대책회의만 잇따라 열 뿐이다. 실제 효과가 있어 보이는 방안은 내놓지 못한다. 위험을 감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회색코뿔소’ 같다. 맹자의 해법을 빌어 지금 시점에 대비하면 이렇다. 내수경기를 북돋아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국민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총력대응해야 한다. 당장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 조선처럼 세계 최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돼 있다. 틈만 나면 지지자를 선동해 국론을 분열시키려 한다. 이래서는 스스로 무너진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자문하길 촉구한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