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일기예보 진행자였던 오요안나 씨의 죽음이 관심을 끌고 있다. 처음에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20대 여성의 비보에 그저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후 유족이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유서를 발견하고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직장 동료들에게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위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전근대적인 부조리한 직장 문화가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분노를 표시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 비해 노골적인 핍박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지만 음으로 양으로 남아 있다. 부산만 해도 부산노동권익센터를 통한 직장 내 괴롭힘·폭행 관련 상담 건수는 2021년 151건, 2022년 224건, 2023년 252건, 2024년 325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2024년 수치를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15%나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은 전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세상을 떠난 일기예보 진행자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기준법에 들어 있는 까닭에 근로자로 인정돼야만 법 적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오 씨는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근로자 신분에 해당하지 않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프리랜서 근로자 등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칭 ‘고 오요안나법’이다. 특별법에는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은 단 1회만으로도 처벌, 사업주의 조사 결과에 피해자가 불만족하면 노동위원회의 판단 절차를 요구하는 재심 절차 보장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특별법 제정과 별개로 프리랜서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상사가 자행하는 갑질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없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나 때는 다 받아들이며 살았어”, “요즘 젊은것들은 참을성이 없어” 등과 같은 구태의연한 ‘꼰대 문화’가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재기 발랄하고 속깊은 청년들이 부조리·불합리한 직장 분위기로 고통받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