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화제다. 많은 제작비와 인기 연기자들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송사의 역대 드라마 중 최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처음 가제는 ‘지구를 떠나거라’였다고 하는데, 이 유행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개그맨 김병조는 물론 드라마 제목이 된 이경규의 유행어도 기억하며, B급 감성을 즐길 줄 아는 편이라 몇 편을 시청해 봤다. 작가는 우주개발 경쟁 및 기술이 아니라,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과학관에서 근무하는 필자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무중력 상태의 연출이었다. 인공위성 내부의 무중력 현상은 보는 이들에게 신비롭지만 과학적인 설명은 쉽지 않다. 인공위성 내부라 하더라도 지구 중력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운동하는 인공위성 안에서는 카메라도 중력을 받아 지구방향으로 낙하하기 때문에 이 카메라로 촬영하면 다른 물체들이 지구 반대방향으로 가속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촬영된 드라마에서 인공위성 안의 무중력 장면은 어떻게 촬영될까? 드라마 메이킹 영상을 보면, 배우들은 허리 부분에 특수 장치를 부착하고 촬영한다. 이 장치는 모빌처럼 긴 막대 구조로 생겨서, 막대 가운데 부분은 와이어로 천정 롤러에 연결돼 연기자가 좌우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쪽에서는 시소처럼 연기자를 들었다내렸다 하고, 2~3명의 보조 인력이 배우와 함께 움직이며 팔이나 다리를 밀거나 돌려 무중력 속 움직임을 연출한다. 이후 후반 영상작업을 통해 장치와 보조인력을 모두 제거한다.
이때 보조 인력과 장비는 크로마키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 초록색 의상을 입고 촬영한다. 그런데 색의 3원소인 R(레드) G(그린) B(블루) 중에서 왜 하필 초록색일까? 우선 인간의 피부색과 명확히 구별되며, 사람들이 흔히 옷으로 착용하지 않는 색상이기 때문에 영상 편집 시 구별이 잘 돼 잘라내기 쉽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카메라 센서는 한 유닛이 2*2의 사각형 구조라서 네 개의 센서가 들어가는데, 1, 3 사분면에 대각선으로 R, B가 배치되고, 2, 4 사분면에 G가 2개 배치되어 초록색 센서가 2개 배치된다. 이는 인간의 눈이 초록색에 가장 민감해서 이 파장의 정보가 많아야 자연스럽게 인식하며, 영상의 밝기(휘도)에 기여하는 것도 B, R, G 순서대로 1:3:6 정도로 초록색이 가장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라낸 부분엔 가려졌던 뒷부분을 합성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첫 촬영의 카메라 움직임을 정확히 기록한 다음 그대로 따라 움직이면서 배경만 촬영해 합성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해 3D 가상공간을 만들고, 카메라 위치와 방향에 따라 배경이 어떻게 보이는지 컴퓨터로 생성한 다음 합성한다.
국립부산과학관도 2020년에 크로마키 기법을 체험하는 교실을 구축했다. 처음에는 유튜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미디어 역량을 교육하기 위해 기획됐으나,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원격 교육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장비와 시설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BNK부산은행의 후원을 받아 고품질의 교육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주는 기술 개발과 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우주청을 설립해 우주 경제 강국 실현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괴짜로 알려진 KAIST 이광형 총장은 과학고 및 영재고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우수 과학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은 과기원이 할테니, 유능한 학생들이 과학자의 꿈과 소명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써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과학관 역시 아이들이 ‘우주를 꿈꾸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바람을 담아 과학관은 올해 1월 유아 전용관인 ‘새싹누리관’을 우주탐사를 주제로 10년 만에 새롭게 개관했다. 과학강국이 된 20년 후 과학관에서 꿈을 키운 아이가 우주비행사가 돼 우주로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