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선적 대형 저인망(트롤)어선인 제22 서경호가 침몰 이틀째 접어들었으나 실종자 수색에 큰 진전이 없다. 지난 9일 오후 해저 80m에 가라앉아 있던 선박 내에서 한 명을 발견하는 데 그친다. 승선원 14명 중 무사히 구조된 4명을 제외하면 사망 또는 실종자가 10명이나 된다. 이중 5명은 시신도 찾지 못했다. 서경호는 이날 새벽 1시 40분께 전남 여수 해상에서 조업 중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지난 1일 제주 인근 해상에서 근해채낚이 어선 좌초로 4명이 희생된 지 열흘도 안됐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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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인근 해상의 제22서경호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조명탄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
반복되는 어선 사고를 막으려면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일 것이다. 서경호는 지난 8일 낮 12시 55분께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한 지 약 13시간 만에 침몰했다. 생존자 증언을 종합하면 선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배가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해경은 물론이고 함께 조업에 나선 같은 선단 소속 어선에 이런 사실을 알릴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기상 여건은 크게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풍속은 초속 12~14m, 파고는 2.5m로 139t규모 서경호가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악천후가 원인이 아니라면 선체 결함을 비롯한 다른 가능성을 상정해봐야 한다.
최근 들어 해상에서 어선 사고가 부쩍 많아진 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사망·실종자는 지난 2020년 99명에서 2023년 78명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2024년 한해 동안에만 무려 119명이 사망했다. 사망·실종자가 3명 이상인 대형 사고만 10건이다. 제주 앞바다에서 14명이나 희생자를 낸 금성호 사고,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4명이 숨진 해진호 사고 등이 모두 같은 해에 일어났다. 올해도 한달 만에 이미 두 자릿수 희생자가 나와 전망이 어둡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5월 “오는 2027년까지 인명 피해를 현재보다 30% 줄이겠다”는 각오로 각종 안전대책을 내놓았는데도 큰 실효성이 없었다는 증거다.
바다에서 어선 사고가 발생하면 흔히 기상 여건을 지목한다. 그러나 이번 서경호나 금성호 사고에서 보듯 뜻하지 않은 큰 사고일수록 날씨가 아닌 다른 데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전문가들은 낡은 규제에 묶인 어선 크기, 절대적인 어족 자원 부족과 한일어업협정 미타결로 인한 무리한 조업, 어선 노후화 등을 꼽는다. 개별 사고마다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 추가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비교적 현장을 잘 아는 이들의 진단과 경고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임도 간과해선 안될 사항이다. 선사를 비롯해 최근 늘어난 외국인 선원의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곧 봄 성어기다. 더 이상 비극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관계당국은 희망을 잃지 말고 서경호 실종자 찾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