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성장 등을 내용으로 한 교섭단체 연설을 했다. 회복과 성장으로 ‘잘사니즘’을 구현하겠다며 진보·보수를 아울러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찬성하는 듯한 발언으로 관심을 모은 ‘반도체 주52시간제 예외’와 관련해선 노동시간 유연화를 말하는 것이지 총노동시간 연장을 의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남권 유권자를 겨냥해 북극항로 개발과 트라이포트 구축을 강조했다. 부산 현안인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관련 언급이 없어 ‘팥소 없는 찐빵’이란 지적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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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현직 대통령 구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 등으로 국가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3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44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이 대표는 ‘성장’ 28번, ‘경제’ 15번씩 언급하며 실용주의와 민생 회복을 강조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 대표가 약속해 놓고 뒤집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야당 탄압이라며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을 표결 처리했다. 하지만 가결됨으로써 정치 생명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돼 극적으로 회생했지만 말이다. 반도체 산업 52시간제 예외 관련해 최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가 뉘앙스를 바꾸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북극항로 개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추진한 정책이다. 새로울 게 없다. 다만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면 부산이 세계의 중심 무역항이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 등이 몇 차례 항해했다. 개발에 적극적이던 러시아가 전쟁 중이라 답보 상태다. 북극 빙하는 최근 10년마다 13%씩 사라져 2040년 여름에는 얼음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항로보다 7000㎞(32%) 짧아 경제성이 있다.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의 트라이포트로 발전시키는 전략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결정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다. 갑자기 이를 꺼냈으나 반응이 냉담한 이유다.
이 대표 연설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동남권 발전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북극항로 개발보다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 시급한 현안에 협조하는 게 맞다. 산업은행을 이전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역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미적댄다. 이 두 가지는 국토균형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 출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정책 아닌가. 수도권 일극 체제로는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다. 국회 다수당 대표답게 동남권 주민이 공감하는 비전 제시와 실천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