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가치는 부식되지 않는 특성과 희소성에서 나온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고,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다. 금을 향한 인류의 욕망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긴 항해도 금을 찾기 위함이었다. 금은 오래전부터 화폐로 쓰였다. 기원전 550년 경 리디아 왕국이 금화를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g)당 293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9.9%나 뛰었다. 장중에는 2938.1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 현물 가격도 2914.3달러에 마감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순금 한 돈(3.75g)을 사려면 59만2000원으로 연초보다 11% 이상 올랐다. 돌반지 한 돈은 세공비·부가세를 더하면 60만 원을 훌쩍 넘긴다.
금값 강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사재기에 나서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한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 보유량은 미국이 8133.5t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3351.5t) 이탈리아(2451.8t) 프랑스(2347.0t) 러시아(2335.9t)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279.6t으로 세계 6위다. 우리나라는 104.4t의 금을 보유해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8위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값 상승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현재 금 가격이 고평가가 됐고, 투기적 금 선물 매입이 청산될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반비례한다. 달러화가 약세면 오르고 강세면 내린다. 그런데 현재 미국 달러 가치도 고공행진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선 후 이달 들어 1450~1470원대에서 움직인다. 금만큼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달러와 금이 동시에 오르는 것은 세계 경제가 그만큼 위태롭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는 더 심각하다. 계엄선포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에 물가까지 오르면서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내수는 위축되는 악순환에 시달린다. 연일 오르는 금값이 우리 경제 침체를 예견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