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 마크 제퍼슨은 1939년 종주도시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지속적인 인구 및 인프라의 집중으로 제1위 도시가 전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을 가리켰다. 제1위 도시의 인구가 제2위 도시 인구의 두 배 이상일 경우 제1위 도시를 종주도시의 기준으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인구는 933만 명으로, 부산시 인구 326만 명의 두배가 넘는 수치를 보여 한국도 종주도시화된 국가에 속한다. 대한민국 내에서 서울의 인구 구성비는 1960년대에는 9.8%에 불과했으나 1970년대에 17.6%, 1980년대에는 22.3%로 지속적인 상승을 보여줬다. 반면 부산의 인구 구성비는 1992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부산은 산업화 세대가 가장 먼저 이주한 도시이기에 전국 광역시 중 고령화가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체로 개발도상국은 일극성장을 추구해 모든 기능이 종주도시에 집중되나, 경제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과도한 종주 도시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균형개발을 정책·법률적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 집중화가 너무 심각한 국가의 경우에는 수도 이전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상파울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이전한 브라질,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이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등의 사례가 있다.
한국의 종주도시화가 특히 심각한 이유는 기업의 수도권 편중 및 부산권 위축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2023년 부산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은 28개이며, 100대 기업에는 부산기업이 전무한 실정이다. 또 최근 3년 연평균 성장률도 전국 평균 19.7%, 서울 20.4%, 인천 20.2%, 대구 30.8%, 광주 24.6%에 비교해 부산은 16.7%에 그쳐 전국 평균 수준에도 미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 젊은이들의 지속적인 인구 유출은 부산 기업의 위축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은 도쿄권역이 세계적으로 과밀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제2권역인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권역에도 유서 깊은 대기업들의 본사가 여전히 건재하며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은 고이즈미 정부 이후 국가주도 국토균형 발전 계획을 포기하고 기업에게 선택할 수 있는 지역(도쿄권)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으나, 간사이권 기업들 역시 도쿄도와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이 같은 문제 극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에 나서고 있으나 국회 통과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여기에는 일극 성장에 대한 뿌리 깊은 우리 사회와 관료들의 집착이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산업 성장 기간, 효율성과 성장을 극도로 중시해온 역사적 맥락, ‘사람이 나면 서울로,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처럼 모든 것을 서울 중심으로 생각해온 문화적 경험 또한 서울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지방의 성장은 오히려 막으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만성적인 김해공항 입국 심사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김해공항 국제선 신규 터미널을 열었다. 하지만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를 맡을 인력이 없어서 증축한 김해공항 입국장을 하루 3시간만 운영한다는 지적이 지난해 10월에 나왔다. 관계기관(법무·행안·국토부)은 올해까지도 인력 확충에 대한 계획이 없는 현실이다. 반면, 지난해 10월 크루즈선 출입국 절차를 신속히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에 법무부가 제주항과 강정항에 자동 출입국 심사대를 즉각적으로 38대나 설치해 출입국 심사(CIQ)를 신속하게 하기로 한 사례처럼 관계 기관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데도 말이다.
이러한 중앙정부 관료들에게 수도권 일극성장 및 동남권 쇠락에 대한 대안을 기대하기보다는, 글로벌 허브 특별법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 하에 수도권의 영향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부산권만의 특성을 살린 자생적인 발전 방향을 찾아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법 통과를 위한 대관 및 대국회 설득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부산시도 싱가포르나 홍콩 또는 라스베이거스처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할 것이다.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며, 관광 문화적으로 여타 도시에 비해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행정 문화 또한 동반돼야 할 것이다. 부산은 서울의 압도적인 문화적 헤게모니를 뚫고 국제영화제를 30년 가까이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능력이 있는 도시다. 제도와 행정과 문화가 변하면, 수도권에만 몰리던 국내외 기업과 자본들이 부산의 장점을 향유하기 위해 몰려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