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술을 잘 빚고 손님을 공손히 대한 장 씨가 있었다. 하지만 술이 팔리지 않았다. 동네 어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기르는 개가 사납나”란 질문을 받았다. 사람들이 개가 무서워 주막에 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자성어로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고 한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한비자 ‘외저설우상’에 나오는 얘기다. 한비자는 중신(권력자)이 권력을 휘두르면 군주가 뛰어나도 나라가 망함을 이것에 빗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의 1·2심 재판에서 전부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그를 탈탈 털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등 19개 혐의로 기소했다. 항소할 때 4개 혐의를 추가했다. 이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고하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검찰은 이를 무시했다. 검찰의 기계적 상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회장은 8년간 이 사건으로 시달렸다. 이 회장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수사할 때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할 때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당시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한두 번이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부산에서는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던 전 공공기관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과거사·민주화운동 사건에서 대부분 재심이 인용돼 무죄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사과하는 검사를 본 적이 없다.
검찰이 조만간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이 힘이 빠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칼끝을 겨냥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그동안 이 사건 핵심 중 한 명인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일본 검찰의 형사사건 유죄율이 99.9%라고 한다. 100% 유죄라는 확신이 설 때 기소하는 게 관례다. 지난해 우리나라 1심과 2심 형사재판의 무죄율은 각각 0.91%, 1.36%였다. 무죄가 선고됐다고 검사가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검찰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권력의 눈치를 보다 윤 정권에서는 권력 그 자체가 됐다. 햇빛이 강하면 그늘이 짙은 법이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