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서울 은마아파트 34평형 분양가는 2350만 원, 같은 해 부산에 들어선 남천삼익비치아파트 43평형은 3100만 원이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회사원 월급이 15만 원 전후이던 시절, 월급을 20년 가까이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살까 말까 했다. 그러나 당시 중동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던 근로자들에게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에서 길을 닦고 다리를 놓으며 받은 월급은 일반 샐러리맨 4~5배에 달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몇년만 고생하면 서울이나 부산의 아파트 한두 채는 거뜬히 장만할 수 있었다.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와 견줘 상승이 뚜렷한 분야 중 하나가 임금이다. 박봉과 대인스트레스 등 이유로 교단을 떠나는 MZ세대가 많다곤 하지만 15년차부터는 교사직 임금이 OECD 평균을 뛰어넘는다. 의사(2020년 봉직의 기준)는 19만5463달러(약 2억6000만 원)로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교사는 단일호봉체계여서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 상승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고, 의사는 높은 진입 장벽이 소수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구조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 노조라는 강력한 보호 울타리를 갖춘 대기업은 더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발표한 ‘한·일·EU 기업 규모별 임금수준 국제비교’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 대기업의 연 임금총액은 8만7130달러(약 1억2500만 원)다. 유럽연합(EU) 20개국 평균(8만536달러)보다 8.2%, 일본(5만6987달러)보다 무려 52.9% 높다. 한국 직장의 평균임금이 일본을 넘어선 지는 오래됐다. 2002년만 해도 한국의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 임금(179만8000원)이 일본(385만4000원) 절반이었으나, 2022년엔 한국(399만8000원)이 일본(379만1000원)을 추월했다.
2년 전 울산 현대자동차가 초봉 5000만~6000만 원인 생산직 공채를 10년 만에 실시한다는 소식에 취업시장이 들썩였다. 5대 시중은행 입사자 평균 연봉도 최근 6000만 원을 넘어섰다. 밤낮없이 연구 개발에 몰두하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종이 아닌데도 이만한 임금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러니 신규 채용은 줄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는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다. 고비용을 견디다 못한 기업의 해외 이전이 빠를지, 한국 대기업이 전세계 젊은이의 선망 대상이 되는 날이 빠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