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화재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나도록 시행·시공사와 관리예정회사 등 관련 기업은 사과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유감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감식 결과 최초 발화지점은 배관을 유지·보수하는 공간인 B동 1층 ‘피티룸’ 배관 주변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들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화재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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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지하 3층, 지상 12층 규모의 3개 동으로 이뤄진 최고급 별장형 리조트다. 부산도시공사의 토지를 낙찰받은 루펜티스 컨소시엄이 시행하고 부산 건설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루펜티스 컨소시엄은 부산 분양대행사인 지우알엔씨와 삼정기업, BNK투자증권 등이 출자해 만든 회사다. 컨소시엄은 KB부동산신탁과 신탁계약을 맺고, 하이투자증권(현 iM증권)·BNK투자증권 주관 아래 37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자금을 조달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시공사와 컨소시엄 측이 건물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투자 구조라 책임 및 보상, 수습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시공사, 시행사, 운영예정사 반얀트리호텔앤리조트 등 관련 기업이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대형사고에서는 책임소재가 있는 기업이 나서 입장 발표를 하고 사과하는 게 관행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명확하게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곳을 포함한 오시리아관광단지 전체 사업 시행자 지위를 가진 부산도시공사도 안전관리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얀트리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5일 운영 인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시공사는 지난해 11월 책임준공기한을 넘겨 한 달 뒤인 12월 19일 건물 사용승인을 받았다. PF대출 기한이 오는 5월 27일인 점 등을 고려해 2월 중 시범 운영할 예정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는 5월 개장을 앞두고 시행사가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사 일정이 촉박해 안전 수칙이 무시된 것이 아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아 당장 영업이 가능한 상태인 데도 공사장에 800명이 넘는 작업자들이 투입돼 공사를 진행했다. 사용승인을 한 기장군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로 시공사와 하청업체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하루빨리 개장해 수익을 거두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시행사, 운영예정사는 물론 관리감독 기관도 책임을 따져야 한다. 부산경찰청은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 관련 기업을 수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내야 마땅하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죄를 물을 것이다. 명백한 책임 규명과 엄정한 조치가 없으면 건설현장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