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은 요즘 주 6일 일한다. 삼성전기 등 다른 계열사 임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휴일에 임원이 출근해도 다른 직원은 휴무이기 때문에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롯데지주 임원도 지난해 8월부터 토요일 출근한다. 임원은 근로감독을 하는 경영진이다. 결재 체계 상위에 있는 이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 임원의 피로는 직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한국이 주 52시간 노동 시간제 때문에 기업 연구개발(R&D) 성과가 줄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성과가 줄었다’는 응답은 75%였으며 반대로 ‘성과가 늘었다’는 응답은 25%였다(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공동 조사). 노사 합의로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하자는 게 설문 취지지만 사실상 노동 시간을 늘려달라는 뜻이다.
이 조사를 살펴볼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근로 시간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성과가 늘었다는 기업 응답이 전체 4분의 1에 달한다는 점이다. 연구원의 과로는 R&D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한국 기업도 상당수라는 의미다.
복지 국가로 잘 알려져있으며 유럽 내에서도 국가 생산성이 높은 스웨덴 직장인은 오전 8시 출근해 낮 12시까지 집중해서 일한다. 근로 시간이 오전에 최대 4시간 확보된다. 반면 한국은 오전 9시부터 일하고 점심 식사는 오전 11시부터 차례로 시작된다. 서울 번화가의 경우 식사 수요가 많아 식당이 매우 번잡하므로 일찍 식당에 간다. 반면 스웨덴은 물가가 비싸 직장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스웨덴과 한국 가운데 오전 근무를 비교하면 어느 쪽 생산성이 높을까.
점심을 빨리 먹은 스웨덴 직장인은 오후 5시 퇴근한다. 육아를 해야 하면 오후 4시 30분쯤 퇴근한다. 금요일에는 더 빠르다. 스웨덴에서는 하루 한두 번 피카(집단적 휴게 시간·대략 30분간 휴식)를 보장한다. 하수정 북유럽연구소장은 “스웨덴 사람은 충분히 쉬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성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주 4일제 도입, 주 40시간 근무 논의가 솔솔 나온다. 늦게까지 야근하던 시대는 지났다. 휴식을 통해 개별 근로자의 혁신성을 높여야 기업 생산성도 올라간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도, 경영진도 쉬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제대로 쉬지 못하면 직원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이 주 6일 이상 일하는 삼성과 롯데만 콕 집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