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에 대해서도 25%의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나섰다. 미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9억 달러로 캐나다(71.4억 달러), 멕시코(35억 달러), 브라질(29.9억 달러)에 이은 4위다. 알루미늄은 캐나다(94.2억 달러) 아랍에미리트(9.2억 달러)에 이은 3위(7.8억 달러)다. 고관세가 현실화되면 철강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 현재는 쿼터물량 수출로 무관세다. 여기에, 대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면 난리가 난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트럼프의 속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가 정치인이라는 점이 착안점이다. 그는 중국을 싫어하고 미 유권자의 눈치를 많이 본다. 그리고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며 그의 행동에 대처해야 한다.
먼저,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에 진심이다. 중국을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부정적 세력으로 보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도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세계 철강생산능력의 47.1%를 차지한다. 알루미늄도 압도적 1위다. 중국의 공습을 막기 위해 미국은 이미 중국산 철강에 25% 관세를 매겨 수입이 0%에 가깝다. 하지만, 중국은 캐나다를 이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철강 알루미늄을 생산하면서 중국산도 수입한다. 2023년에만 중국 철강과 알루미늄을 41억 달러 수입했다. 2010~2020년 평균 수입액보다 70% 늘었다. 캐나다는 자국산과 중국산 철강제품을 미·캐나다 무관세 협정을 이용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가 중국의 미국 수출 우회 통로인 셈이다. 멕시코도 유사하다. 이것을 막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의중이다. 유탄을 맞는 국가가 한국이다.
트럼프는 강성 지지자인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눈치를 강하게 본다. 관세협박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강요해 지지자들의 일자리를 챙기고 있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노동자들이 주력 강성 지지자들이다. 반도체의 경우는 대만 TSMC와 미 AI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좋지 않은 감정 때문이다. 이들이 이런저런 루트로 중국의 AI산업을 지원하는 것에 기분이 나쁘다. 트럼프는 유세 중 대만 TSMC가 미국 기술을 훔쳤다고 비난하면서, 관세를 중국 수준으로 매겨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트럼프 취임식에 맞춰 TSMC를 방문해 트럼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TSMC와 젠슨 황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이 정치 생명에 불리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2024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중 312명을 얻어 226명에 그친 민주당 해리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전국 득표수에서는 트럼프(49.8%)가 해리스(48.32%)를 1.4%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하지만, 이 표차 때문에 트럼프는 모든 경합주를 이겨 선거인단 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이 배경에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가 있다. 바이든 정부 시절 고물가와 고이자에 시달리자 이들은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이것을 트럼프도 알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면 물가와 이자율 상황은 바이든 정부 때보다도 더 나빠진다. 2월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CPI)는 미 연준 물가목표 2%를 넘는 3%였다. 관세에 대비해 소비를 당겨서 했기 때문이다. 서민물가는 지속적으로 살인적이다. 미국에서 맥도날드 빅맥 중간크기 세트는 10달러 정도다. 여기에 20% 팁을 얹으면 12달러(1만7400원, 1450원·달러 기준)다. 한국은 같은 세트가 6900원 정도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면 최소 3000달러 이상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이자율로 미국인 절반 이상이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있다. 미국 주택 가격은 2020년 이후 50% 이상 급등해(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 집을 사는 게 미국인의 꿈이다. 하지만, 30년 주택대출 이자율은 6.95%(2024년 2월 7일 기준)로 높아져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임대주택 수요가 늘며 주택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평균 소득 대비 월세 지출비율(RTI)이 30%를 넘는다(무디스애널리틱스). 급여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야 한다. 임대료가 치솟자 노숙자도 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미국인 1만 명 당 23명 정도(연합뉴스)가 노숙을 경험했다고 한다. 집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26년의 상하원 선거가 위험하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218석)과 민주당(215석) 의석 차이는 3석 뿐이다. 상원도 공화당(53석)과 민주당·무소속(47) 차이가 6석에 불과하다. 고물가와 고이자율로 흑인과 히스패닉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서면 2026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진다. 이 경우 트럼프 정부는 바로 레임덕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교묘한 관세전략을 쓰고 있다. 관세예고 후 상대국 태도를 보고 슬쩍 거둬들인다. 미 유권자에게는 선거공약을 지키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상대국에게서는 양보를 얻어내고 있다. 트럼프의 속내를 읽어야 협상을 지혜롭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