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일반 상품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그래서 장인은 명품을 만들기 위해 소재에서부터 마감까지 전 과정에서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은 영화감독에게서도 볼 수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프리 프로덕션, 촬영, 후반 작업, 개봉까지 모든 과정을 빈틈없이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 만큼 영화감독은 전 과정에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영화계에서 ‘디테일’을 일컬을 때 단박에 떠오르는 이가 오는 28일 ‘미키 17’로 돌아오는 봉준호 감독이다. 그는 ‘봉준호’와 ‘디테일’의 합성어인 ‘봉테일’로 불릴 만큼 꼼꼼한 연출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그의 영화에는 자칫하면 간과하고 넘어갈 법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면이 많다. 한국 크리처물의 대명사가 된 ‘괴물’(2006)에서 박해일이 괴물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박해일은 화염병을 돌리다가 던지는데, 심지의 불이 빨리 타들어가 손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봉 감독의 경험이 투영된 장면인데, 1980년대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던 학생운동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 디테일에 감탄할 것이다.
또 ‘살인의 추억’(2003)은 퍼즐 같은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연출과 당시를 재현한 미술을, ‘기생충’(2019)은 계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두 집안의 미술과 소품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봉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은 꼼꼼한 사전 콘티 작업에서 비롯된다. 촬영 전에 완벽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서 촬영의 시행착오나 쓸데없는 촬영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더욱 완벽한 연출에 집중한다. 지난 20일 열린 ‘미키 17’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할리우드 배우 마크 러팔로는 “이전에는 스토리보드로 일한 적이 없다. 감독님이 그린 스토리보드에는 대본에서 본 것들의 힌트가 있었다. 스토리보드를 보며 내가 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걸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봉 감독의 스토리보드에 찬사를 보냈다.
제작비만 많다면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같은 제작비라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영화감독은 보통 2만 번의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 결정마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퀄리티가 좌우된다. 어쩌면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우리 인생도 디테일을 살리려는 노력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까?
이원 서울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