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간의 관심을 끈 대통령이 있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벌인 정상회담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할 말을 다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결국 회담은 파국으로 끝났으나 그는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한 충정을 잘 보여줬고, 유럽의 위기를 깨우쳐 유럽 여러나라로부터 안보와 관련한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1978년생으로 소련(옛 러시아)에서 태어난 젤렌스키는 우리나라에선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그는 41세(2019년) 때 대통령에 당선됐다. 블라디미르 푸틴(1952년생) 러시아 대통령과는 아들 뻘이다. 우크라이나 최초 유대인 대통령으로 그의 증조부는 홀로코스트 희생자이다.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는 방송작가 출신으로 대학에서 만났다.
코미디언 출신이라 학력에 관해선 오해가 생길만 하다. 그는 키이우 국립경제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다. 이색 배경 지도자로는 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TV셀럽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코미디언 출신 과테말라 대통령 지미 모랄레스, 크리켓 선수 출신 파키스탄 총리 임란 칸, 축구선수 출신 라이베리아 대통령 조지 웨아, DJ 출신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안드리 라조엘리나 등이 있다. 연예인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케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의 제1 언어는 러시아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민족별로 언어가 나뉘는 게 아니어서 민족 정체성은 우크라이나인이면서도 제1 언어는 러시아어인 사람이 많다. 우크라이나어가 오히려 미숙할 정도다. 이 때문에 반대파에서는 ‘친러 아니냐’며 걸고 넘어지곤 한다. 영어는 유창한 편이어서 트럼프와 회담 때 통역 없이 직접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일과 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브로필리아와 하르키우를 공격해 14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젤렌스키는 수도를 지키면서 우크라이나의 영웅으로 각인되고 있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지켜내는데 성공한다면 역사에 남는 구국 영웅이라 불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상회담 파국 이후 러시아가 쿠르스크 4개 마을을 되찾는 등 공세에 나서 우크라이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 대표단과 종전 및 광물협상을 벌일 젤렌스키의 행보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유정환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