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저출산을 바라보는 생물학적 시각

윤부현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 윤부현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5-03-17 18:44:5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문제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교황은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이며, 살아있는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교황께서도 신도에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한 성도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와 “내 아기를 축복해주세요”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교황은 “많은 어린이가 굶주리고 있는데 나에게 개를 축복해달라고 데려왔느냐”고 버럭 화를 냈고, 아이 대신 반려견을 기르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라고 했다. 출산을 꺼리는 현상은 이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 문제가 됐다. 2023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체 인구의 3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은 가족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인의 출산 기피는 복합적인 사회 현상이지만 생물학으로 한정하면 다소 명료해진다. 영국의 동물학자 힐다 브루스는 실험실에서 새끼를 밴 암컷이 새로운 수컷과 함께 살게 되면 자발적으로 유산하는 현상을 발견해 ‘네이처’지에 보고했다, 이 ‘브루스 효과’는 야생 원숭이들에서도 관찰됐는데, 한 원숭이 집단을 새로운 수컷이 장악하자 놀랍게도 암컷들이 일제히 유산했다. 이는 암컷들의 몸에서 작동하는 진화적 메커니즘이다. 태어나면 어차피 새로운 수컷에게 죽임당할 새끼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자원과 에너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내리는 결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수컷이 분비하는 페로몬이 암컷의 몸에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킨 결과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많은 가임기 부부들은 일종의 ‘사회적 브루스 효과’를 겪고 있다. 과잉된 교육열로 인한 교육비 부담, 과도한 경쟁과 점점 커지는 빈부 격차,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비롯한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마치 암컷 원숭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새로운 알파 수컷처럼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태어난 아이들을 죽이는 대신 애초에 생기지 않게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생명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린 생명이 주는 순수한 기쁨과 충만한 온기, 양육을 통한 부모 내면의 성장과 자기 성찰, 미숙했던 생명체가 배우고 익혀 자라나는 과정에 대한 경이감, 미래에 대한 희망, 아이라는 약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성숙한 변화 등과 같은 육아의 본질적 가치는 모두 사라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욕구도 생물학적으로 자명하다. 진화가 고안해낸 ‘사랑’이란 사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작동하는 신경 기관의 메커니즘이다. 누군가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사랑도 같은 맥락이다. 어미 쥐가 새끼를 핥아줄 때마다 어미 쥐의 뇌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즉 어미의 뇌는 자식을 돌보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인간은 모든 대상을 의인화하려는 본능이 있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를 어루만지면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뿐만 아니라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교황을 화나게 한 그 여인이 반려견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라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국가 생산성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해 보인다. 2024년 심하게 삭감됐던 연구·개발과 교육 예산이 올해도 회복되지 못했다. 교육과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저출산으로 겪게 될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는 핵심 방편인데도 말이다. 지금의 ‘돈 잡아먹는’ 아이는 커서 우리 사회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유동성 지능’과 ‘파괴적 혁신’은 젊은 나이에 집중적으로 개발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미래다. 열 명의 자식을 뒀던 찰스 다윈은 이런 말을 남겼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우리는 미래를 위한 현재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다음 세대의 좋은 미래를 위해 지금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체감한다. 반대로 주변에 점점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지금, 우리가 미래를 대비해야 할 이유는 바로 기성세대 자신을 위함일 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4. 4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0. 10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3. 3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7. 7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8. 8北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지뢰 폭발 사건은 한국 자작극”
  9. 9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10. 10[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1. 1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5. 5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6. 6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7. 7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0. 10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 1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6. 6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7. 7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8. 8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9. 9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10. 10[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