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이자,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 연금개혁이 성사된 것이다. 국회는 이날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구조개혁을 논의할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처리했다.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해 놓고도 소득대체율(받는 돈)에서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난항을 겪었다. 늦었지만 탄핵 정국에서 극심한 대립을 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한발 물러나고, 국민의힘도 화답하며 연금 개혁을 이룬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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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의장실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이번 개혁으로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현행 41.5%에서 43%로 높아진다. 또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디트)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난다. 둘째부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디트도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은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험료 지원 대상을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확대하고,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하는 지급 보장 명문화도 연금법에 반영했다.
저출산·고령화 속에 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오면서 연금 개혁은 필연적인 과제였다. 2007년 이후 모수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국민연금 부채는 하루 885억 원, 한 달이면 2조7000억 원, 연간 32조 원씩 증가하고 있다. 이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현재 예상보다 9년 늦춰진 2064년이 됐다. 정부가 기금 운용 수익률을 5.5%로 높인다면 소진 시점은 더 늦춰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한 모수개혁만으론 연금개혁 목적인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강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연속성을 위해선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현행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 연금은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적 연금 재정 악화는 국민 전체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개혁을 미뤄선 안된다. 이와 함께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쟁점이다. 이는 인구구조(출생률·기대수명)나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보험료·수급액을 조정하는 제도다. 국내 인구·경제 전망에 견줘, 수령 연금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재정 안정상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나 야당은 사실상 연금 삭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구조개혁은 이해당사자가 많아 모수개혁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야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설치해 논의한 뒤 시간을 두고 처리하겠다는 이유다. 특위는 국민의힘 6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여야가 모수개혁을 합의한 것처럼 정치력을 발휘해 구조개혁에 힘을 쏟아야 하겠다. 정치권이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가적 과제 해결에는 뜻을 모아야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